■ 주제 : 한국 사회 지배 이데올로기와 교회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자기 본분 못다한 것 회개해야”
한국사회에서 반공, 성장, 안정, 자유민주주의 체제 옹호라는 이데올로기는 한국전쟁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기본적인 지배 이데올로기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신주의와 맞물려 더욱 교묘하게 합성돼 기득권 집단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한다.
7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교회의 노동문제와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교회의 사회적 사명과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공의회 정신과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에 나타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자기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회개해야 한다. 또한 평신도의 사도직 활동을 위축시키고 가난한 이들의 삶의 현장에서 투신한 성직자와 평신도의 의욕을 꺽었던 과오들에 대해 회개해야 한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교회는 중산층 선교에 치우쳤고 입교자 증가와 대형 성전 신축에 급급했으며 교회내 노동자들에 대해 일반 사업체보다 모범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교회가 본당이나 사도직활동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개방하지 못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이루는 공동체를 소홀히 했다.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을 재평가하고 21세기 환경에 맞는 사목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주교회의 2010년 특별위원회를 각 교구 단위로 제도화하고 지원해야 한다. 교계제도의 중앙집권화된 권력과 임무를 분산시키는 노력을 하고 교구장으로부터 감목 대리권을 갖는 지구장제, 구역장제 실질적인 친교와 나눔이 가능한 소공동체로 전환하는 문제를 깊이 제고해야 한다.
홍창진 신부(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주제 :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모색 - 박문수(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장)
“국가영역 넘어 기업에까지 교회가 비판적 기능 수행해야”
교회가 국가와의 마찰과 갈등을 피하려는 태도의 원인은 뿌리깊은 이원론적 신앙의식이다.
정교 관계의 새 틀을 짜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 또 이에 앞서 교회 내적인 과제들이 있다. 먼저 교회의 사회 정치적 실천의 객관적 환경의 변화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요소에는 기존의 교회와 국가라는 인식 패턴을 넘어 시민사회와 자본이라는 새로운 역할 주체들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점, 다원주의적 종교 상황 속에서 특정 종교의 요구가 국가
정책 집행에 영향 줄 여지가 거의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편협한 정교 분리론의 실체를 규명해 바로잡는 일, 세계화된 한국 교회가 기존의 국가와의 관계를 넘어 더욱 활발한 참여 및 활동을 요구받는다는 점등이다.
또 이에 앞서 선결돼야 할 교회 내적인 과제들이 있다. 먼저 정교 분리의 참뜻을 이해해야 하며 수평적 차원이 부족한 '한국적 영성'을 '사회 영성'으로 변화시키는 일, 낙태 문제 등 교의와 충돌하는 쟁점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인권, 민주화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대응을 하는 일, 사회 윤리의 토착화, 가톨릭교회의 자원 동원을 통해서 국가
로부터 자율성을 확립하는 문제, 그리고 지역교회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문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바람직한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는 국가와 국가의 영역을 넘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위들에 대해 비판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교회의 역내에서의 NGO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교회는 철저한 통회와 고백을 통해 쇄신돼야만 진정으로 민족과 화해할 수 있고 쇄신된 모습으로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 주제 : 민족화해를 위한 교회의 책임과 역할 - 이현로 신부(청주교구 관리국장)
“분단 전후 사회적 관심에 소홀 민족 동질성 회복에 누룩돼야”
한국 교회는 한민족의 현실에 대해 늘 적극적이고 궁극적인 응답을 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 한국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적절한 응답을 해야 한다.
「세상과의 대화」는 교회 복음화의 핵심이며 이러한 사회적 관심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민족 분단 이전과 이후 교회는 이에 소홀했다.
교회의 사회적 관심은 정의, 평화, 자유, 연대, 사랑, 공동선과 같은 복음의 보편적 가치로 사회를 조명하는 일로 시작된다. 이 사회적 관심은 그 보편적 가치로 사회를 분석하는 일로 유지되고 그 복음적 가치로 사회를 통합해 감으로써 완성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교회는 사회의 빛, 소금, 누룩이 되고 하느님 나라의 현실을 강생시킨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는 한민족이 갈망해온 하느님 나라의 현실이다. 먼저 남북의 군비 축소가 가능해야 하며 평화를 담보하는 조약이 체결돼야 한다. 또 자주적인 평화 통일을 위해서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신설이 요청된다. 영구 분단론은 배척돼야 하고 특히 남북 정치, 경제적 역량이 신뢰 구축과 평화 정착, 그리고 민족의 궁극적인 하나됨으로 모아져야 한다.
교회는 민족의 화해를 위해 먼저 남북의 현실을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민족 동질성 회복에 누룩이 돼야 한다. 교회는 남북이 서로를 존중하는 참된 연대의식을 고취하도록 자유로운 교류가 보장되고 남한에서는 재화의 보편적인 목적성이 제고되고 북한에서는 재화의 활용에 필요한 개인의 자율성이 부여되기를 촉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교회는 이 민족에 다시 파견되는 것이며 민족 복음화 사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나가는 것이다.
■ 주제 : 쇄신과 화해를 위한 선교학의 새로운 방향 - 정일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소공동체 운동은 새 삶의 방식, 교구 본당간 벽 허물어야”
어제의 선교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기성교회가 선교사를 외방에 파견해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신성 교회를 건설하는 지리적 개념이었다. 그 성공 여부도 많은 사람이 영세하고 본토 교계 제도를 설립해 자립하는데 달려 있었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의 문화에 적응했을 때는 성공했으나 16세기 지리적 발견 후 유럽 중심의 문화적 우월의식과 정복적인 선교 정책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동양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세기 세계의 정세 변화와 함께 선교학도 전환기를 맞았으며 전체론적인 선교학의 기틀과 함께 「복음화」를 외치게 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더불어 교회는 자신을 개방하고 토착화와 대화로서 자기의 소임을 다하려 한다.
새 천년을 맞은 교회는 대희년과 함께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복음화」를 외쳤다.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자신과 세상의 쇄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선교 30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공과(功過)를 바탕으로 사목회의와 교구 시노드를 개최해 새 천년을 준비했다.
이 땅의 진정한 복음화를 위해 우리는 교구간이나 본당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리고 인사 교류나 재정의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나눔으로 삼위일체적 공동체의 교회 모습을 삶으로서 증언하고 증거해야 한다.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가 되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기존의 교회를 작은 공동체로 나눈다는 물리적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 삶의 방식이다. 본당 개념도 속지적인 개념을 넘어 속인적인 개념으로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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