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 김학렬 신부
▲ 김학렬 신부(수원교구 용인대리구장)
박해시대가 지난 후, 신앙의 자유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시대에 오히려 신앙에 대한 더 많은 혼란이 찾아옵니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기도와 함께 순교자들의 행적을 공부하고, 성지순례를 통해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봅시다. 우리 마음 속 순교자와 함께 동행한다면 세상살이의 고통을 감내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신앙선조의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순교자들은 행복하기 위해 하느님을 섬겼습니다. 구원에 이르기 위해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행복과 구원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기도생활과 신앙공부, 사랑의 실천 등으로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천진암 강학회를 연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선조들을 비롯한 우리 신앙선조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그 신앙을 전달하고자 했을까요. 그들은 그곳에서 천주교에 대한 공부를 하며, 그 가운데 신앙을 싹틔웠으며, 후손들에게 신앙을 전하고자 애썼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또 어떠합니까. 수원 화성에 가면 성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방화수류정의 서쪽 벽에는 십자가가 잔뜩 박혀있어 그 빛을 발합니다. 이 십자가가 왜 그곳에 박혀있을까요. 당시 혁신적으로 화성을 설계, 축조한 다산 정약용이 남긴 수수께끼이자 우리가 앞으로 묵상하며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순교자들이 뿌린 피는 우리 신앙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순교자들의 씨앗이 확실히 살아있는 나라입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은 오늘날에도 일상생활 안에서 ‘순교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겠습니다. 이벽,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등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선조들이 우리 신앙의 후손에게 남겨주려고 노력했던 것을 지금에서라도 배우고 지켜 나가야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나아간 신앙선조, 즉 선각자들의 고귀한 신앙을 본받고 ‘어떻게 하면 하느님과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도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