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독서와 복음을 읽으며,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어느 마을에 ‘착하고 의롭다고 소문난 신사’와 ‘행실이 나쁘다고 소문난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신사는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깔끔하게 차려입고 출근을 하였고, 그 여인은 아침이 되어서야 힘들고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오곤 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두 사람 모두 죽었는데, 그 여인은 천국에서 아주 깔끔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웃고 있는데 반해 그 신사는 어두운 곳에서 지친 모습으로 울고 있었답니다. 이 모습을 이상히 여긴 사람들이 하늘나라 문지기인 베드로 성인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저 신사는 아침 출근 때마다, 아침에 퇴근하는 여인이 무슨 일을 하는 여인인가를 생각하며 그 여인의 단정치 못한 행동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살다 보니, 그 신사의 삶은 점점 자신이 상상한 대로 바뀌었고, 그 여인은 아침에 출근하는 신사를 보며 자신의 잘못된 삶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여 새 사람이 되었다”라고 대답하였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두 아들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라고 일렀을 때, 맏아들은 “싫습니다.”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갑니다. 반면에, 다른 아들은 처음에는 “예”하고 대답하였지만, 일하러 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 중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고 물으시며,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예제키엘 예언자는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불의 때문에 죽는 것이다. 그러나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라고 강하게 말씀하시며, 현재의 의인이 미래의 의인이 아닐 수 있음을, 현재의 죄인이 미래의 죄인은 아닐 수 있음을 가르치십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최종적으로 하시는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잘 살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 순교 성인들 가운데에도 처음엔 신앙을 배교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죄의 잘못을 깨닫고 돌아서서, 장렬하게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하여 승리의 월계관을 쓰셨습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참으로 아름다운 삶은 겸손한 삶’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의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이미 교만의 길을 걷고 있었고, 내가 잘났다고 뻐기고 있을 때 이미 빗나간 삶을 살고 있었고, 내가 많이 알고 있다고 느꼈을 때 이미 지적 교만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내가 건강할 때 함부로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자신의 이기심과 허영을 버리고 겸손함을 추구할 때, 나는 항상 인정받고 귀한 사람으로 대접받았습니다. 나의 몸과 마음, 주변 여건이 어려울 때, 나는 겸손해질 수 있었고, 그때마다 하느님은 제 곁에서 전부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겸손은 나를 아름답게 해 주는 것임을 새삼 느끼고 깨닫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사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려워, 열심히 일해 번 돈은 빌린 돈을 갚고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면 항상 적자가 나곤 해서, 집에 생활비도 갖다 주지 못할 형편이었습니다. 그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밤에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새벽에 마지막 손님을 내려준 곳부터 집까지 걸어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꿈꾸며 집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부인이 해 주는 발 마사지를 받으며 잠시 쉬고 또 새로운 하루를 맞는다고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이렇게 자기 처지에서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반드시 갚아주시리라는 것을. 지금은 어쩌다가 잘못되어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일어서려는 겸손함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반드시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별님이 반짝이며 밤길의 친구가 되어주며 희망을 선물해 주듯이, 하느님께서 새롭게 일어서려는 이의 친구가 되어 복을 선물로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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