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타나심을 미루셨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토마스가 다른 사도들에게서 배우고 또 그의 소망과 미래의 믿음이 더욱 커지도록 여드렛날까지 기다렸다 나타나셨다.
예수님께서는 왜 곧바로 나타나시지 않고 “여드레 뒤에”야 토마스에게 나타나셨을까요? 그동안 토마스가 다른 제자들에게 계속 배우고 같은 이야기를 거듭 들음으로써 더욱 뜨거운 열망으로 불타고 장차 믿게 될 준비를 갖추게 하시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토마스는 예수님의 옆구리가 창에 찔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제자들에게 들어서 알았지요. 그런데 왜 그는 한 이야기는 믿고 다른 이야기는 믿지 않았을까요? 나중 이야기는 매우 놀랍고 기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의 진실함을 보십시오. 그들은 자신의 흠이건 다른 사람의 흠이건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매우 자세하게 기록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또다시 그들에게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토마스의 청을 받거나 누구의 말을 들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십니다. 토마스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소망을 이루어 주심으로써, 토마스가 제자들에게 그 말을 했을 때도 당신께서 그 자리에 계셨음을 알려 주십니다. 꾸짖는 투이긴 하지만 토마스가 한 말을 그대로 들려 주시며 미래에 도움이 될 훈계를 덧붙이십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요한 복음 강해』 87,1).
지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라
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는, 문이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방 안에 나타나신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일들에 있어서는 우리의 감각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모자란 이해력에 수준을 맞추어 주기까지 하십니다. 믿지 않는 마음이 품은 의심을 없애 주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당신의 권능으로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저를 비판하시는 분이여, 하늘의 방식을 설명해 보십시오. 그분의 행동을 한 번 설명해 보십시오. 제자들은 문을 잠근 방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수난 이후 몰래 따로 만나곤 했습니다. 주님께서는 토마스가 감히 바라는 바를 들어 주어 그의 믿음을 굳건히 하시고자 나타나십니다. 그에게 당신 몸에 손을 대 보고 당신의 상처에 손을 넣어 보라고 하십니다. 그 상처를 입은 분임을 입증하려면 그 상처가 있는 몸을 보여 주어야 했습니다.
묻겠습니다, 문 잠긴 그 집 벽의 어떤 부분을 통해 주님의 몸이 들어왔냐고. 요한 사도는 그 상황을 매우 자세하게 기록했습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 서시며”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벽돌을 반죽으로 발라 쌓은 벽 또는 두꺼운 목재를 뚫고 들어오셨나요? 이런 것은 무엇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본성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육신으로 그 안에 서 계셨습니다. 여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 마음의 눈길이 그분께서 들어오시는 길을 따라가게 하십시오. 여러분 지성의 눈이 문 잠긴 집으로 들어오시는 그분과 함께 가게 하십시오. 벽에는 갈라진 틈도 없었고 문은 모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가운데 서 계신 것을 보십시오. 어떤 장벽도 그분의 권능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자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청합니다, 이 사건을 눈에 보이는 대로 설명해 보라고. 어떤 육신도 자기가 나무와 돌의 틈새로 통과했다고 은근히 암시할 수 없습니다. 주님의 육신은 사라졌다가 다시 합쳐지기 위해 흩어 없어지지 않습니다. (푸아티에의 힐라리우스 『삼위일체론』 3,20).
(다음호에 계속)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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