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녀 기현이가 수학 B반에 올라갔대요.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A반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래요. 기현이는 암송도 잘해요.”
윤숙희(예비신자·66) 할머니는 기자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공부를 곧잘 한다는 외손녀 김기현(14)양 자랑으로 말문을 열었다. 할아버지 김행원(73)씨와 할머니, 기현이까지 단출한 세 식구 중 기현이는 자랑이자 보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려운 집안 환경에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준 기현이가 고맙기만 하다.
“기현이는 긍정적이고 낙천척인 아이예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현이라는 복을 내려주셨나 봐요. 기현이가 있으니 그래도 집 안에 활기가 돌아요. 기현이가 없다면 우리 두 노인은 몸져누워만 있었을 거예요.”
기현이의 부모는 기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이혼했다. 기현이 아버지는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결국 기현이를 품어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기현이를 낳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깊어진 어머니를 대신해 기현이를 정성스레 키워왔다. 기현이 어머니는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자해를 반복하는데다 소소한 병들이 많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 생활이 잦다.
게다가 어머니가 젊었을 때 동생 명의로 카드를 만들어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돼버린 동생마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분노를 터뜨리거나 살림을 때려 부수는 등 가족에게 고통을 줬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기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들 할 수 있다고 수없이 다짐한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역시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할아버지는 당뇨합병증과 백내장을 앓고 있을뿐만 아니라, 전립선?대장암 수술까지 했다. 할머니도 협심증으로 식사조차 껄끄러운 상태다.
“우리 두 사람은 몸 상태가 아주 나빠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이죠. 만약 우리 둘 중 누구 하나가 죽는다면 집안이 쑥대밭이 될 것 같아 걱정이에요. 마치 바람 앞의 촛불 같아요.”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월세가 밀려 보증금마저 다 깎여버린 상태. 기초생활 수급비와 간간이 주위의 도움을 받아 아껴 모아둔 돈으로 메워 보려 노력도 해봤지만 밀린 월세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밀린 월세를 갚을 수도, 다른 집을 구해 이사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걱정은 날로 늘어만 갔다. 그나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창 자라는 기현이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찾는다.
“힘들어도 기현이가 공부 잘하고 명랑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절로 힘이 납니다. 아파도 기현이를 키우려면 힘을 내야죠. 어려운 환경에도 바르게 커주는 모습을 보면 기현이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도움 주실 분 702-04-107881 우리은행, 703-01-360446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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