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를 비롯해 불교, 개신교 등 종교계와 여성, 환경 등 48개 시민단체들은 7월 19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속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 촉구를 위한 공동 캠페인단」기자회견을 가졌다. 올해 안에 입법될 예정이었던 법안이 생명과학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연기될 것이 우려되면서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대응을 통해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수호의 큰 전기가 될 「생명윤리기본법」제정을 위해 적극 나설 예정이다.

생명윤리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공동 캠페인단에는 천주교에서만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를 비롯해 정의평화위원회 등 주교회의 산하 기구들이 대거 참여하고 전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국가톨릭의사협회 등 모두 23개 단체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수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계와 생명공학산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자칫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이 미뤄지거나 흐지부지되면서 해를 넘기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무절제하고 무책임하게 진행돼온 생명과학연구와 실험에 대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와 국회는 생명윤리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그 동안 진행돼온 우리나라의 생명과학기술 연구가 「윤리적 책임감」, 그리고 「일반 사회와 대화하고 협력하려는 어떤 진지한 노력도 없이」윤리적 논란이 일 수 있는 연구를 「독단적으로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현재의 연구 행태를 올바르게 관리감독하고 윤리적 책임감에 바탕을 둔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올해안에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안)」발표에 이어 올해 5월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시안 공청회 후 생명과학자들과 생명공학산업계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법안 제정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여왔다. 또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같은 반발을 빌미로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법 제정에 대해 대단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일수 교수(기독교 생명윤리위원회 부위원장)는 『한국법에서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전 14일전까지는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는 상황』임을 지적하고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통해 방임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익 신부(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인간 생명권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의학 용어로 잘 포장되어 생명의 초기 단계에 있는 인간 생명을 거스르는 일련의 범죄들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난무하는 현실』이라며 『오늘날처럼 생명이 위협받는 이 때 생명보호를 위한 입법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계를 대표한 김상희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생명과학기술 발전에 있어서 여성의 몸은 생명과학기술의 재료가 되고 도구가 돼왔다』며 『자본에 종속되어가는 과학이 하루속히 공공의 것이 되어야 하고 아울러 생명의 안전과 존엄성이 충분히 반영된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캠페인단은 오는 8월 「생명윤리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생명윤리의 중요성과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한 대중 홍보물을 제작하는 한편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할 계획이다. 동시에 정부와 정당 및 국회의원들을 방문해 강력하게 입법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