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3박4일간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도착 예정시간보다 다소 늦은 오후 8시10분 7대 종단 대표들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명의의 보도자료를 낭독했다. 보도자료에는 북한에서의 종교시설 방문, 백두산 평화기도회와 예정에 없던 북측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 등과의 만남, 남북이 상생번영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특히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조선종교인협의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종교인 교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는 부분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보도자료 낭독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남북 경색 국면에 물꼬를 트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바람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주교는 이어 “남북종교인 교류 정례화의 구체적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실무진에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성탄이나 석가탄일을 즈음해 1년에 한 번이라도 남이 북으로 가든 북이 남으로 오든 오고 간다면 좋을 것”이라고 소망을 내비쳤다.
북한 김영남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김영남 위원장도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자”고 말했음을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평양 방문의 본래 목적이 아니었고 종교인들과의 순수한 대화가 주목적이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대주교는 북한에서 방문한 종교시설은 천주교 장충성당과 개신교 봉수교회, 도청사 등 불교사찰, 천도교 총원 등이었고 타 종단 대표들과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미사를 드리지는 못했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모두가 기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성당과 신자들을 접한 인상을 묻자 “북한의 종교인들도 기도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며 “장충성당을 보니 내가 어릴 적에 성당에 다니던 때가 기억났다”고 답했다.
김 대주교는 특히 북측의 적십자회 위원장이며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인 장재언 위원장을 비롯해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라 7대 종단 대표들과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한 순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김 대주교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기운이 백두대간을 타고 한라산까지, 다시 한라산에서 백두산 천지까지 뻗쳐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한반도에 충만해지기를 기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북한을 처음 방문한 김 대주교는 남한에서 알고 있던 북한과 직접 본 북한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는 “한국과 유럽이 다르고 미국도 다르듯이 남과 북이 다른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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