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신부는 매주 토요일 불무리본당 관할 3개 공소 미사를 집전한다. “일반 성당은 신자들이 사제를 찾아오지만 군종교구 공소는 사제가 병사 신자들을 찾아가야 미사를 드리고 성사를 줄 수 있습니다. 병사들을 만나는 제가 힘을 얻고 은총을 받지요.” 군종병 정의섭(엘리지오) 상병과 운전을 담당하는 방수환(다니엘) 병장이 병사들에게 줄 간식과 음료수를 승합차에 싣고 오전 10시15분 76여단 공소로 출발했다.
76여단 공소에는 ‘천주교 사자성당’이라는 오래된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웬만한 시골 공소보다도 작은 규모였다. 지은 지는 20년 정도 됐다. 군종병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성가연습으로 ‘고개 들어 주를 맞으며’를 부르기 시작하자 자고 있던 병사들도 금세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 신부는 “지난주에 유격훈련을 갔다 오늘 새벽 복귀해서 이번 주는 병사들이 많이 빠졌다”고 했다. 곧바로 병사 5명이 함께 공소로 들어왔다. 최 신부는 “어서 와”라고 반가워하며 “새벽 5시에 복귀해 동료들은 자고 있는 시간에 안 자고 미사에 나온 병사들이 대단하고 예쁘다”고 감사해 했다.
최 신부는 강론에서 “유격 받기 힘들었지. 군생활이 산 넘어 산이지만 다치지 말고 군생활에 충실하라”며 “선임병은 후임병들 잘 챙겨주고 후임병들은 실수하고 지적을 받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말했다. “하루를 시작하며 성호를 긋고 하루를 마치며 성호를 그어라”는 말도 덧붙였다.
주님의 기도는 최 신부와 25명의 병사가 둥글게 손을 맞잡고 바쳤다. 신앙으로 하나를 이룬 듯했다. 마침기도로는 ‘부모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집 떠난 군인들이 합심으로 바치는 부모를 위한 기도만큼 간절한 기도가 또 있을까 싶었다. 최 신부는 “다음주(10월 2일 군인주일)는 신부님이 여러분들에게 더 좋은 간식을 주기 위해 민간성당으로 모금을 나가니 군종병과 공소예절을 잘 드려야 한다”며 “시련은 하느님 은총의 발자국 소리로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살라”고도 당부했다.
▲ 포병여단 공소 미사에 참례한 병사들이 동료들과 손을 잡고 군종병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
최 신부는 미사가 끝나고 병사들과 잠시 인사를 나눈 후 포병여단 공소로 이동했다. 오후 1시30분 미사를 드리려면 서둘러야 했다. 1시20분 쯤 도착한 최 신부는 미사에 앞서 3명의 병사에게 고해성사를 집전했다. 포병여단 공소 미사에는 41명의 병사들이 참례했다. 부대가 넓어 버스가 돌면서 병사들을 태워 온다. 최 신부는 “요즘 일교차가 커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니 야간이나 새벽 근무 나갈 때는 ‘방상 내피’ 챙겨 입어라”는 말로 강론을 시작했다. 이어 “군생활이 힘들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주어진 여건 안에서 나의 세상을 만들고 의인이 된다”고 말했다. 평화의 인사 시간에는 모든 병사들이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공소 미사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 포병여단 병사들이 ‘평화의 인사’ 때 돌아가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공소 미사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