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다른 수도회 후배수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요즘 부쩍 고민이 많다는 하소연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무슨 고민이냐 물었더니 자신이 이제 늙어버린 듯해 무능력해진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에 어이없어 ‘이 녀석, 형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다’고 꾸짖으며 말했더니 실은 얼마 전 자신의 수도원에 인사 발령이 났는데, 자신보다 몇 년 후배인 형제가 분원 원장이 되었다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그 말에 더 어이없어진 나는 ‘아니, 수도 생활 하면서 후배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아’라며 말해주었더니 정작 당사자는 그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40대 정도가 되면 교구 동창 신부님들도 서서히 본당 주임을 맡는 것을 보면서 나도 어떤 책임자를 맡았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책임감을 갖는 직책을 줄 때, 이 길을 선택한 자신에게 자신감 같은 것도 따라올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때다’ 싶어 얼마 전 좋아하는 신부님을 만났을 때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전에 내가 좋아하는 동창 형을 만나 사제관에서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이 있어. 그때 그 형이 이런 이야기를 해 주더라. 사람이 젊을 때부터 ‘크고 좋은 최고의 차’를 몰기 시작하다보면, 그 후에는 작은 차는 못 몬다고. 차가 바로 ‘신분’의 역할을 한다는 거야. 하지만 처음부터 평범한 차를 가지고 만족하는 삶을 살면 이후 어떤 차를 몰더라도 차는 차로만 볼 수 있게 된다는 거지.”
그 수사님은 고개를 갸우뚱하였습니다.
“그 형은 신학교 다닐 때 은사 신부님이 해준 말을 아직 자기 마음속에 품고 산다고 하더라. 무슨 말인고 하니 은사 신부님께서는 당시 부제들에게 ‘사제가 된 후 어떤 물건을 살 때 처음부터 최고를 사지 말라’고 했대. 왜냐하면 처음부터 최고를 사서 갖게 되면 이내 또 새로운 것이 나올 때, 최고를 가지고 있음에도 새로 나온 더 좋은 것을 갖지 못해 안달을 한다는 거지.”
봉헌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직책과 자리’는 때때로 삶의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 안에서 평범한 보통의 삶을 충실하게 즐기며 살아간다면, 그 어떤 외적 환경 앞에서도 변함없이 꾸준히,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지금 내 삶의 자리, 평범하고 일상적이면서 보통의 것들에 만족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 봅시다. 그러면 살면서 겪게 될 ‘내 뜻과 다른 주변 모든 일들’ 앞에서 마음을 빼앗기거나, 낙담하거나 절망하는 삶을 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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