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암 성지는 교회에서조차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오랫동안 발굴되지 않고 있었는데, 1960년대 초에 대구대교구 주재용 바오로 신부님에 의해 최초로 그 지명이 문헌상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정원진 루카 신부님과 남종삼 요한 성인의 손자인 남상철 프란치스코 회장이 현지를 답사하여 그곳이 한국 천주교 창립 선조들의 모임 장소로 한국 천주교 발상지임을 확인하였다.
권철신이 스승이고 이벽과 권일신, 그 밖의 사람들은 제자들이었다. 권철신이 사는 곳은 주어사 옆에 있는 마을이었고 제자들은 천진암에 모여 연구를 하고 있었다. 스승이 그곳에 있으니 제자들은 천진암과 주어사를 왔다 갔다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벽이 강학회의 사람들을 처음 만난 곳은 천진암이다. 그날 이벽은 주어사의 스님을 앞세워 고개를 넘어 천진암으로 찾아갔는데, 서술한 대로의 호랑이굴이 지금도 그 고개에 있다.
천진암에서의 첫 공동체를 교회로 생각하는 설도 있고, 한국교회의 교구 설정을 창립으로 보는 설도 있다. 천진암에서는 신앙공동체가 믿음이 있으면 세례를 받고 안 받고는 둘째 문제라고 주장하며 공동체가 생기면 벌써 교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도 일리는 있다.
어찌되었건 천진암이 순교성지는 아니지만 초기교회가 자리 잡은 곳으로서 한국 천주교회 발상지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지 개발은 한 사제가, 혹은 한 수도 단체가 개인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고, 후손으로서 신앙 선조들이 남겨주신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정성을 바쳐야 할 일이므로,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성지 개발에 참여하고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가꾼 신앙의 유산을 우리는 또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 그들이 아름다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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