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 관련 언론보도를 접한 학부모들은 한숨을 내쉰다. ‘자녀의 사람됨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라는 교육학자들의 목소리를 떠올릴 때 그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지난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육방송(EBS)이 공동으로 조사한 언어 사용 실태를 살펴보면, 초·중·고생 65%가 매일 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조사에서는 70% 이상 높은 수치가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이렇게 일상적으로 욕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습관적으로’(52%) 혹은 ‘남들이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23.2%)라고 응답했다. 게다가 상당수 청소년들은 ‘지랄’, ‘병신’, ‘미친놈’ 등의 단어는 욕이 아니라고까지 인식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모범생으로 평가받는 학생들조차 욕을 하는 실태에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욕을 잘한다는 것은 일종의 권위의 표상이자 멋의 대명사로까지 언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모두 망가진 결과라고 역설한다. 물론 청소년들의 욕설이 일상화된 데에는 인터넷과 TV, 영화 등의 매체들이 언어 파괴를 부채질하고, 또래끼리의 유대감 강화, 동질감 확산 등의 이유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청소년들이 받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일종의 욕설 에너지로 표출될 수 있다. 이에 더해 폭력을 미화하는 대중 미디어는 청소년들의 이른바 욕설문화를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전과 달리 가정에서 비속어를 사용하는 자녀를 보고도 특별히 혼내지 않고 방치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그 심각성을 더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가르쳐도 자녀가 학교나 학원 등에서 욕설과 상스러운 말을 듣고 배워오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 야단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자녀와의 유대감만 깨지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은 적극적인 행동을 주저하기도 한다.
교육전문가들은 우선 자녀들이 욕하는 원인을 찾아 제거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정말 화가 나서 내뱉는 말인지, 주변사람들로부터 주의를 끌기 위해서인지, 재미삼아 하는 것인지 동기를 명확히 파악해 환경을 바꿔주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경우에는 욕으로 관심을 끌 수 없음을 알려주기 위해 욕에 대해 무관심하게 반응, 제 풀에 지쳐 그만두게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욕을 할 때 화를 내게 되면, 자신이 어른을 화내게 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녀와 함께 ‘친구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싶은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주 대화하다 보면 자녀 스스로 욕이 심각한 폐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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