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성 요셉으로 이루어진 나자렛 성가정의 저녁 식사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하루의 일을 마친 성가정 식구들이 작은 식탁 주변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기도를 바치고 있다. 작은 식탁 위에는 몇 개의 사과와 한 덩이 빵이 놓여 있고 식탁 주변에는 목수였던 요셉이 사용하던 연장과 물 항아리가 있다. 식탁의 가운데 어린 예수가 앉아 있고 성모님은 그 뒤에서 예수의 몸짓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 성가정의 보호자인 성 요셉도 식탁 주변에 비스듬히 기대어 기도하는 예수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촐한 음식을 앞에 두고 진지하게 기도하는 예수와 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마리아와 요셉을 보면 이 저녁 식사가 평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린 예수는 마치 최후만찬을 거행하는 것처럼 진지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 동작을 통하여 장차 당신이 걸어야 할 구원의 길을 미리 보여 준다. 예수님께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 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성가정’에 등장하는 성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소품은 예수님의 구원과 관련된 내용을 전해준다. 예수가 만든 삼각의 손가락 모양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예수의 흰옷은 그의 무죄함을 나타낸다. 몇 개의 사과는 아담과 하와의 범죄를, 한 덩이의 빵은 성체성사를 상징한다. 커다란 물 항아리는 세례성사를, 십자가 형태로 놓인 목공 도구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미리 알려준다. 이처럼 이 작품에 표현된 모든 것이 예수님의 삶을 알려주는 작은 성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나는 오래된 장독 하나를 애지중지 간직하고 있다. 메주를 넣고 간장을 만들었던 이 항아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높이가 약 1m쯤 되는 이 항아리는 우리 주변의 여느 항아리처럼 수수한 형태를 하고 있다. 항아리의 주둥이 부분이 조금 손상되었지만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항아리는 고물처럼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보물과 같은 것이다. 그 오래된 항아리는 다름 아닌 어머니의 유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어머니는 후에 도시로 나오셨지만 오래전부터 사용하시던 몇 개의 항아리만은 이사 때마다 꼭 챙겨 곁에 두셨다. 아마 어머니는 항아리들을 바라보며 고단하면서도 힘겹게 살았던 지난날들을 회상하셨을 것이다. 이제 나는 그 항아리 가운데 하나를 바라보면서 힘겨운 시절에도 가족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셨던 어머니와 재회하고 있다. 어머니의 손때와 사랑이 묻은 항아리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성사처럼 내 곁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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