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소장 이규성 신부)가 주최하는 서강서학 학술대회가 9월 28일 서강대학교 가브리엘관에서 열렸다. ‘한국학으로서 조선서학의 한계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금장태 서울대 명예교수의 ‘조선서학의 전개와 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발표자로는 이규성 신부(서강대), 김선희 박사(이화여대), 이향만 교수(서강대), 심종혁 신부(서강대), 원재연 박사(수원교회사연구소)가 참석했다.
금장태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조선서학이, ‘도학’이념이 합리화하여 견고하게 구축해놓았던 세계관을 허물고 동양과 서양이 소통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열어줬고, ‘天主’라는 인격신적한 궁극존재를 신앙 대상으로 제시함으로써 ‘상제(上帝)’ 내지 ‘천(天)’ 존재인식을 새롭게 각성하는 계기를 열어줬다”면서 “이 조선서학이 사회적 모순의 해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신앙의 자유를 위해 무리한 방법을 추구하다가 반국가적 성격을 드러내고 외세의 내응세력으로 의심을 받았던 사실을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선 서학을 주제로 한 발표자들의 다양한 발제가 이어졌다. ‘알레싼드로 발리냐노(Alessandro Valignano)의 <그리스도교 신앙교리서>에서 나타나는 적응주의적 입장’을 주제로 발표한 이규성 신부는 “적응주의를 통해 교리전파를 시도한 발리냐노는 하비에르보다도 동양선교를 한 단계 더 진척시킨 인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거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학의 기원으로서 조선서학의 의의’에 대해 발표한 이향만 교수는 “조선서학은 문화학으로서 조선학으로 나아가는 유동적인 과정학”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학의 근원적 이념을 간직하고 있는 조선서학은 현재 위기에 놓여있는 한국학에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종혁 신부는 ‘예수회 중국 선교사들과 서양과학의 조선 전래’에 대해 발표했다. 심 신부는 “조선은 서양의 과학과 기술이라는 의미에서의 서학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긍정과 수용의 태도를 보인 반면, 천주교라는 의미의 서학에 대하여는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세기 후반 정약용의 서학 연구와 역사관’에 대해 소개한 원재연 박사는 다산 정약용이 18세기 후반에 읽었을 천주교 서적의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다산 정약용의 서학 사상의 형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된 개혁주의적 요소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 서술의 대상, 역사 발전의 주체 및 지향점 등 그의 역사의식 전반에 걸친 서학의 영향력에 대해 소개했다. 김선희 박사는 “홍대용과 다산 정약용이 인간과 세계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 전통적인 지식인이자, 전통을 넘어 새로운 사유를 도출한 변화의 사상가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서학은 외래학문, 낯선 타자의 세계관으로 경계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기 전통을 새롭게 비추어 볼 수 있도록 돕는 거울이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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