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이라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환경으로 인해 지금껏 어렵게 삶을 헤쳐 나와야 했던 이들과 희망을 나누려는 그 자체가 제게는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카페 네스트(Cafe Nest)’ 점장 김정수(프란치스코·28·서울 논현2동본당)씨는 요즘 긴장 반 설렘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점장을 맡은 네스트는 여느 카페와 달리 해외에 입양됐다 다시 모국을 찾아온 입양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해외입양인 지원단체 사단법인 ‘둥지’(이사장 김홍진 신부)가 문을 열 때부터 봉사자로 함께하다 어느 새 본업으로 삼고 말았다는 김씨는 요즘 한창 돈독(?)이 오르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활동에 따라 해외입양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줄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입양인들의 성공 사례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다시 한국을 찾은 경우도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둥지’에서 일하며 접하게 된 해외입양인들의 처지는 그야말로 열악함 그 자체였다. 그나마 영어권에서 온 입양인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어서 강사 등의 일자리라도 구할 수 있지만 유럽 등지에서 온 이들의 경우는 언어 문제로 직장 구하기조차 힘들어 최하층 생활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이런 이들에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바로 ‘카페 네스트’다. 벨기에로 입양돼 현지에서 요리사로 일한 경력이 있는 조프레(한국명 장유민·37)씨가 요리를 맡고 6~7명의 또 다른 입양인들이 돌아가며 주방과 서빙 등을 맡고 있다. 요리는 정통 프랑스식을 철따라 다양하게 낼 예정이다. 그날 그날 신선한 유기농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낼 계획이어서 꼼꼼히 따져보다 보니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비 900원이 없어 어디 갈 엄두도 못 내고, 언제 전화가 끊길 줄 몰라 절절매던 사람들이 요즘은 부쩍 신이 난 모양입니다.”
자신에게 지워지는 십자가에서 비껴서기보다는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더 감내해내기 위해 김씨는 직접 바리스타 교육까지 받을 예정이다.
“낳아준 부모의 나라에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키워내려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따스한 사랑의 눈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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