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최양업 신부님의 선종 1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로서 많은 부분이 가려져 있었던 최양업 신부님. 하지만 오늘날 2등의 존재가 갖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이며, 최양업 신부님의 삶은 ‘1등 우선의 현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서한을 통하여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영성을 몇 가지로 함축하여 정리를 할 수가 있는데, 지금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영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것은 일상의 순교입니다. 그의 삶 자체는 인내와 겸손과 순명으로 점철된, 있는 그대로의 삶을 하느님을 위하여 살아내신 ‘땀의 순교’, 즉 백색순교와 녹색순교였습니다.
박해시대를 끊임없는 자기 포기와 인내로 희생, 극기, 보속하며 하느님을 증거하셨던 백색순교와, 또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그리스도의 뜻에 충실하며 속죄의 삶을 실천했던 녹색순교가 1844년 팔가자에서 작성된 두 번째 서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부모들과 형제들을 따라갈 공훈을 세우지 못하였으니 저의 신세는 참으로 딱합니다. 그리스도의 용사들의 그처럼 장렬한 전쟁에 저는 참여하지 못하였으니 정말 저는 부끄럽습니다!(중략) 언제쯤이나 저도 신부님들의 그다지도 엄청난 노고와 저의 형제들의 고난에 참여하기에 합당한 자가 되어 그리스도의 수난에 부족한 것을 채워 구원사업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9월만 되면 범람하듯 넘쳐나는 순교자들에 대한 행사와 머릿속에만 가득한 순교영성을 이제는 일상 안에서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순교영성의 진화입니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영성은 변화되고 새로워지듯, 순교영성 역시 끊임없이 발전해 가는 진행형인 것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이 사목자로서 1850년 1월~1861년 6월, 12년 6개월 동안 순례선교를 하셨던 삶이 바로 일상의 순교였습니다. 조선 입국로를 찾느라고 1842년부터 7년 동안 여섯 차례 헤매면서 많은 고난을 겪으며 청년기를 보내고 1849년 12월 귀국하여 시작된 사목은 일상의 순교로 이루어졌습니다.
1850년 작성된 일곱 번째 서한에서는 교우촌을 순방하면서 겪게 되는, 박해에 대한 공포, 가난에 찌든 사람들의 비참함을 보면서 도와줄 수 없는 자신의 초라한 꼴을 보고 가슴이 미어진다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처럼 민중에 대한 연민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견뎌내는 것 역시 애절한 일상의 순교가 아닐까요?
열악한 교우촌의 환경 안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성모신심과 성인들의 공경으로 기도생활에 충실하셨던 신부님. 신자들의 영성생활 지도와 하느님 나라 선포를 위해 빈틈없는 충실성과 적극적이며 진취적인 태도, 부지런한 움직임에서 일상의 순교를 봅니다.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충실하게 준비하며 사는 삶이 신부님의 일상 순교의 모습입니다.
그러면 현대를 살아가는 나는 지금 어떻게 일상의 순교를 살아내고 있는지 깨어서 되돌아보고 실천적인 삶 안에 순교영성을 녹여내야 할 것입니다. 분명 순교영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되고 새로워지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합니다. 순교영성의 성장은 언제나 진행형이며, 지금 이 자리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일상의 순교로 살아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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