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홍주희(그레고리오·46·인천 송도국제도시본당)씨에게 하루하루는 지극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내는 자녀들과 자신의 병을 뒷전으로 한 채 자녀를 돌보는 아내, 식물인간이 된 동생, 암 투병 중인 제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악몽 같은 재앙이 홍씨의 집안을 연달아 덮쳐온 것이다.
첫 재앙은 2007년 홍씨의 아들 형민이(요셉·9)에게 찾아왔다. 형민이의 팔, 다리, 가슴 이곳저곳에는 수술로 인한 흉터가 가득하다. 다발성 골연골증. 이름조차 생소한 이 병은 뼈의 성장과 함께 종양이 생기는 희귀병이다. 언제 어디에 생길지 알 수 없는 종양은 성장판, 장기 등을 짓누르거나 악성종양으로 발전해 생명을 위협한다. 이미 형민이의 뼈에는 종양을 억제하기 위한 나사못이 여기저기 박혀있고 왼팔은 성장판 파열로 성장이 멎었다. 게다가 연이은 수술로 인한 고통과 스트레스로 최근에는 정신과 치료마저 받고 있다. 하지만 형민이를 더욱 괴롭히는 건 이런 위협이 성장이 멈출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돼 검사와 수술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해 7월에는 홍씨의 동생 홍태희(아우토노모)씨가 뇌동맥파열로 쓰러졌다. 7차례에 걸친 수술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해 5년째 코마상태다. 동생을 돌보던 제수도 2009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전이가 발견돼 항암치료 중이다.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2010년에는 딸 효민이(안젤라·12)에게서 형민이와 같은 병이 발견됐다. 올해 아내 손여숙(마리아)씨도 골부종, 당뇨, 고혈압이 발병했지만 끝내 입원을 거부하고 자녀들과 가정을 돌보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왔는데도 앞길은 더욱 캄캄하기만 하다. 홍씨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집도, 자신이 경영하던 학원도 팔고 그래도 부족해 보험, 카드 영업, 아르바이트, 학원강사에 이르기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그렇게 돈을 모았지만 병원비는 밀린지 오래고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효민·형민이의 수술은 앞으로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 번을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게다가 쉬지 않고 일한 홍씨의 몸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고된 일과 동생의 재활치료로 허리디스크에 위궤양까지 왔고 극도의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했다.
욥의 고통이 이만했을까? 14년 동안 교리교사로서 주님의 일에 헌신하며 사제가 된 제자도 여럿인 홍씨였지만 이러한 괴로움에 2008년엔 냉담까지 했다. 하느님께 제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까지 기도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다면 이미 자살했을 거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그래도 성당 가기를 좋아라하는 효민·형민이가 홍씨의 유일한 희망이다.
“저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해요. 저마저 누우면 안 돼요. 도저히 그럴 엄두가 안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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