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 21)
성경 말씀 안에서 전 교구민이 하나 되는 잔치, 제18회 수원교구 성경잔치가 9일 경기도 평택시 효명중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성대하게 펼쳐졌다.
자신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성경경시대회, 평소 얼굴도 잘 마주하지 못했던 가족들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족애로 뭉친 성경암송대회. 본당과 대리구별 예선 등을 거치며 어렵사리 다다른 하느님 말씀의 장이었다.
부부팀, 모자팀, 할머니와 갓난 손자까지 3대가 일치한 팀 등 외적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랄 것 없이 뜨거웠다. 무대에 올라서자 몇 달 동안 외운 성경구절이 한순간 머릿속에서 하얗게 사라져버리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은 그동안 마음에 새긴 말씀은 삶의 큰 선물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날 잔칫상은 교구민들이 필사한 갖가지 성경으로 풍성하게 차려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성경을 필사하고 선종한 고인의 필사본, 성경을 쓰면서 한글을 깨친 할머니의 필사본, 한국에서는 어머니가 한글로 적고 동시에 미국에 머무르는 아들은 영어로 써서 함께 봉헌한 필사본, 각종 해설과 그림 등의 자료를 가득 채워 만든 그림성경,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일어, 영어 등 4개 국어로 동시에 써내려간 필사본 등등. 잔치에 참가한 교구민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정성을 담뿍 품은 필사본들에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했다. 신구약을 완필하고 필사본 곁에 남겨진 몽당연필 140개는 그 어떤 고급 펜보다 더욱 빛났다. 저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한 자 한 자 성경을 필사한 시간들은 이제‘기쁜소식’을 전하는 마중물이 됐다.
성경말씀을 예술로 승화시킨 전시작품들도 이번 잔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었다. 자수와 서예, 꽃꽂이는 물론 퀼트와 태피스트리, 설치작품 등 저마다의 탈렌트를 발휘해 말씀을 전하고자 힘쓴 노력이 역력히 묻어난다.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만든 모자이크와 북아트 작품, 전 구역 공동체가 참여해 세운 ‘말씀의 성경벽돌’ 등도 잔치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교구는 성경 필사와 작품 제작, 경시·암송대회 등으로 하느님께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한 교구민들에게 이날 교구장 이용훈 주교 명의의 축복장을 비롯해 다양한 부상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행사를 주관한 교구 복음화국 성경담당 육요비타 수녀는 “성경잔치는 전 교구민들이 읽기를 시작으로 쓰기와 공부하기에 이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해 말씀을 표현하는 장”이라며 “특히 성경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해온 과정은 하느님을 나와 내 이웃의 곁에 더욱 가까이 맞이하기 위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마련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더 닮아가는 시간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교구는 올해로 18번째 성경잔치를 열었으며, 가족성경암송대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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