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인간의 탄생과 동시에 모든 인간에게 예외 없이 부여된 삶의 대전제이다.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에 뜬금없이 웬 죽음 얘기인가?
얼마 전 고인이 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축사 중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고 묵상해 보았다. 그는 암을 선고 받고 죽음에 다가섰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누구도 죽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천국으로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조차 거기에 가기 위해 죽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목적지입니다. 죽음은 생명에서 가장 훌륭한 창조물입니다”라고 말했다.
죽음은 나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작품’일 수 있다. 또한 신앙인들에게는 더욱 희망에 부푼 시간이다. 바로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접하는 장례식장으로 가보자. 이곳에서 가톨릭신자들은 하느님께 깊은 자비와 용서를 청하는 ‘연옥 도문’으로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비신자들은 이러한 가톨릭 장례절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기회가 닿으면 천주교회에 다녀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곳 또한 ‘복음화의 장소’라고 말하고 싶다. 상주들의 애환과 엄숙함 가운데 기도 소리가 퍼져나갈 때, 비통한 마음은 부활의 희망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빈소에서 만날 수 있는 이른바 ‘연도꾼’들이 좋다. 장례식장에서 우리의 행동과 표양을 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이들이 많기를 바라는 이유 때문이며, 또한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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