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포럼은 평생 가톨릭정신을 삶으로 실천한 버나드 원길 리의 영성과 유훈을 기리고, 가톨릭 인본주의에 근거해 현대 가족 공동체와 가톨릭 대학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마련됐다.
‘가톨릭 인본주의와 가족 : 만남에서 공동체까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100번째 콜로키움 행사의 일환으로 ‘가족과 대학공동체에 대한 가톨릭 인본주의 접근’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대학생 토론대회도 이어졌다. 가톨릭 인본주의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깊이 토론하고 가족과 공동체, 대학의 비전을 제시한 이날 포럼 주요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 가톨릭 인본주의 관점에서 본 가족 공동체의 문제와 복원 가능성
(문용린 교수 : 서울대·전 교육부 장관)
▲ 문용린 교수(서울대·전 교육부 장관)
가톨릭 인본주의는 인간을 하느님을 닮은 인격체로 규정한다.
인간은 존엄하고 주체적이며 자유로워야 하고, 신앙의 의무를 지니며 사랑을 실천할 책임을 지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가정을 모든 사회질서의 원형으로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것으로 본다. 가정을 가톨릭적 인본주의 가치 실현의 핵심적 고리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가정은 해체와 공동체 정신의 상실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한 개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삶의 원리로 활용하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교리를 좀 더 세분화하고 구체적으로 세속화시켜가야 한다.
둘째로 현재의 여러 교회 관행을 성찰해서 가정해체나 가정 공동체의 와해에 적극적으로 맞설 대응 체제를 갖추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사 시간이나 피정에 관한 변신을 도모할 때다.
셋째로 교회는 젊은 청장년층 신자들의 건전한 교회활동과 사교활동을 활성화시켜 가톨릭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을 적극적으로 길러줘야 한다.
가톨릭 인본주의는 결혼을 통해서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 즉 새 아기로부터 시작되고, 그를 통해서 성숙해지고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가톨릭 인본주의와 가족공동체
(강완숙 박사 : 서울대·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
▲ 강완숙 박사(서울대·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이런 문제의 상당 부분은 급격한 사회 변화로 기존의 공동체 규범이 해체된 상태에서 천민 자본주의적 사회 분위기와 맞물린 무분별한 물질주의 팽배, 불공정한 경쟁을 강요하는 편법주의의 만연, 이기적 쾌락추구 확산에 기인한 것이다.
그 결과 개별가족과 공동체간의 조화가 깨어짐은 물론이고, 가족 내에서조차 서로를 대상화?수단화하여 진정한 관계를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사회경제적 구조와 개인의 가치관은 이미 과거와 확연히 다르게 변화되었으므로 과거의 가족주의로의 회귀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가족 이념의 모색이 절실하다.
가톨릭 인본주의는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과 함께 확고한 가치 규범의 방향을 제시한다.
따라서 가톨릭 인본주의는 개인이 속한 시대적 개별 가족의 울타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 지구적인 생명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연대를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의 이념적 지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가톨릭 인본주의와 대학의 역할
(이종진 신부 : 서강대·예수회)
▲ 이종진 신부(서강대·예수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 대학교가 지녀야 할 근본 특징으로 개인과 대학공동체가 그리스도교적 영감을 가질 것, 그리스도교 신앙에 비추어 인간 지식의 증대되는 보화를 지속적으로 반성할 것,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충실성을 견지할 것, 순례도상에 있는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와 인류에게 적극 봉사할 것을 규정했다.
한국 가톨릭 대학교들은 먼저 자신의 전통과 이념을 굳건히 해야 한다. 또 철학부와 신학부의 역할을 증대해야 한다. 재단이사를 비롯한 대학행정가와 교수, 직원에 대한 교육과 가톨릭 대학교들 간의 연대와 상호협력 증진, 봉사자로서의 가톨릭 평신도 양성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원금에 매이지 않고, 대기업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하지 않기 위해서 재정 확충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