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자매 여러분,
연중 제33주일인 오늘은 한국 천주교회가 정한 제34회 평신도 주일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1968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서 평신도의 날을 지내라고 한 이후 해마다 연중 마지막 주일(그리스도왕 대축일) 바로 전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처럼 평신도 주일을 정해 지내고 있는 것은 세속 안에서 현세 사물을 비추며 관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도록 부름 받은 우리 평신도들이 시대에 요청되는 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격려하고 자극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평신도 주일을 맞아 우리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이런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이 시대에 요청되는 평신도 사도직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함께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잘 알고 계시듯이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도덕성 회복을 위한 똑바로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똑바로 운동 실천 선언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운동은 오늘의 사회에 가치관의 전도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양심과 도덕이 서야할 자리를 잃고 있어서 우리 자신부터 먼저 생각과 말과 행동을 똑바로 하여 바르고 정직한 삶을 살자는 의식 계몽 운동이자 생활 실천 운동입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시작한 똑바로 운동은 주교님들의 격려와 성원 속에 이제 전국 각 교구와 본당으로 일제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덕성 회복을 위한 똑바로 운동이 단지 연례행사 치레로 하는 일회적인 구호성 운동이 아니라 시대의 징표를 통해서 드러나는 주님의 뜻에 합당하게 부응하기 위한 「시대의 요청」이자 우리 「그리스도인 양심의 호소」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오늘을 우리 모든 평신도들이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똑바로 운동의 주역으로 나설 것을 결연히 다짐하는 날로 지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똑바로 하는 것이겠습니까. 방금 우리가 들은 독서와 복음 말씀은 똑바로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1독서의 말씀처럼 제멋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두려운 줄 알고 사는 것입니다. 제2독서의 말씀처럼 게으름을 부리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남의 일에만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일해서 제 힘으로 벌어먹도록 하는 것입니다. 복음의 말씀처럼 사람들 앞에서 용감하게 주님의 복음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시류에 영합하여 잇속을 차리지 않고 오히려 주님 앞에서 올곧고 떳떳하고 성실한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물론 똑바로 산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제 잇속도 차리지 못한 채 바보처럼 산다는 핀잔을 받을 수도 있고, 혼자 올바른 척, 정직한 척 하지 말라는 조소나 질시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안에서부터 먼저 이런 유혹이 머리를 치켜들고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참으로 똑바로 살려고 노력한다면, 하느님 두려워할 줄 알고 말없이 제힘으로 성실히 벌어먹고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그때에는 오늘 제1독서의 말씀처럼 『승리의 태양이 비춰와 우리의 병을 고쳐』 똑바로 살게 해 주실 것입니다. 복음의 말씀처럼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이렇게 볼 때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평신도 주일을 맞아 똑바로 운동에 결연히 나서려는 우리 평신도들에게 새삼 위안과 희망을 주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도덕성 회복을 위한 똑바로 운동에 힘차게 나섭시다. 나부터 그리고 우리 함께 생각을 똑바로 하고 말을 똑바로 하고 행동을 똑바로 하여, 우리 자신과 가정과 사회 전체를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우리,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가정,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사회로 변화시켜 나갑시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2001년 11월 18일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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