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얼굴. 대못이 박힌 손과 발, 창으로 찔린 옆구리에서는 붉은 선혈이 쉴 새 없이 흘러도 예수님의 얼굴은 평안했다. 육체의 고통을 성부에게 오롯이 봉헌하며, 천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일까? 언뜻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태국 이주노동자 바유(Vayu)씨도 웃고 있었다. 힘없이 늘어져 있는 두 발이 유난히도 커 보였다.
올해로 마흔네 살이 된 바유씨에게 한국은 희망의 땅이었다. 14살 난 딸과 만삭의 아내에게 보다 풍요로운 삶을 선사할 수 있게끔 해 주는 기회의 땅이었다. 대만에서 3년, 한국에서 5년을 일한 후 태국으로 돌아갔던 바유씨는, 힘들었지만 따듯했던 한국에서의 기억을 더듬어 2006년 10월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아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왔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기회의 땅에서 바유씨는 삶이 아닌 죽음의 문턱 앞에 서게 됐다. 공장일 농장일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던 바유씨는, 지난 8월 20일 퇴근 후 고픈 배를 컵라면으로 채우기 위해 숙소 앞 편의점으로 가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두개골이 깨지고 얼굴과 쇄골이 모두 깨지는 큰 사고였다. 병원에서는 바유씨에게 경막하출혈, 경막외출혈, 외상성 뇌출혈, 뇌좌상 및 뇌부종, 두개골 골절 및 기저골골절, 안면골골절, 우측쇄골골절, 다발성좌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고가 난 지 2달이 다 돼 가지만 바유 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세 차례나 큰 수술을 받은 바유씨는 또 한 차례의 큰 수술을 남겨놓고 있지만,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바유씨의 고통은 가족이 짊어지고 있다. 만삭의 아내는 태국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14살 난 딸은 아빠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만이라도 보고 싶다며 울고 있다. 당장 바유씨가 부쳐주던 생활비와 학비가 끊기는 것도 문제지만, 바유씨의 수술비와 병원비 마련에 조그만 도움도 보탤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 그저 눈물만 흘린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주사목 담당 장경민 신부는 “부인과 어린 자녀와 함께할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곳에 온 바유씨가 오히려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돼 안타깝고 슬프다”면서 “바유씨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속에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도움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도움 주실 분 1006-792-000001 우리은행, 703-01-360421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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