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심성과 온화한 성품」
염수정 주교를 잘 아는 이들은 그를 친화력있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제로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인품 때문인지 염주교는 선후배 사제간에도 신망이 두텁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란 평을 들어왔다.
또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소탈함과 모범적 삶 그리고 인내심은 염주교가 지난 31년간 충실한 사목자로 살아오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김수환 추기경도 염주교에 대해 『인내할 줄 알고 겸손하게 살아온 덕망있는 사제』라는 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염주교가 참 사제로서의 길을 걸어오는데는 6대째 내려온 신앙적인 배경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믿음의 온상인 가정에서의 착실한 신앙생활과 2대에 걸친 할머니와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결정적인 힘이었던 것이다. 특히 염주교의 4대 선조인 염석태(베드로)옹은 1850년 5월께 충북 진천에서 체포돼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집안의 독실한 신앙적 내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염주교의 할아버지 염재원(요한)씨는 옹기를 굽던 전형적인 천주교인이었고, 신심이 두터웠던 할머니 박막달레나씨는 평생을 집안에서 사제 성소가 나오기를 기원하며 안성본당은 물론 미리내, 장호원까지 순례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선조들의 간절한 염원과 신앙 때문이었을까. 집안 선조들의 신앙적 내력이 염수정 주교 때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수정(70년 수품), 수완(75년 수품), 수의(81년 수품) 등 3형제 신부를 탄생하는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염주교의 삶과 신앙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는 바로 어머니 백금월(수산나·95년 선종)씨였다. 염한진(갈리스토·83년 선종)씨와의 사이에 염주교를 비롯해 6남매(1녀5남)를 둔 어머니는 자녀들이 어릴적부터 출애굽기 등 성서 말씀을 재미있게 이야기로 설명해주는 등 이들이 신앙적으로 성장하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사제가 되라는 표현 한번 하지 않고 매일 같이 자녀들 중에서 사제가 나올 수 있도록 기도를 바쳤다고 한다. 염주교는 『어머님께서는 형제들에게 사제가 되라고 강요하신 일이 없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주셨다』고 설명하고 『나중에 막내 수의 신부가 사제품을 받고 나서 가족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우리들이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기도했다는 얘기를 하셨다』고 말했다.
병인년 순교 성지로 널리 알려진 경기도 안성군 삼중면 미장리에서 출생한 염주교는 어릴적부터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하게 활동하는 성향이었다. 염주교의 형 수용(세례자 요한·61)씨는 『어릴 때 신앙생활에 대해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레지오나 본당 복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말없이 자기 맡은 소임을 끝까지 충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항상 든든했다』고 밝혔다.
70년 사제품을 받고 서울 불광동본당 보좌를 시작으로 사목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염주교는 이후 성신고등학교 교사, 가톨릭대학교와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등 본당 사목과 특수사목을 두루 경험하면서도 무난하고 명확하게 맡은 바 소임을 수행했다.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최창화 신부는 『염주교님은 온화한 성격에 큰 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라면서 『그러한 침착성과 강한 인화력으로 교구 사제단으로부터 돈독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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