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택 주교를 가까이서 접해본 사람들은 이주교에 대해 「모범적인 신앙인」「성실하고 겸손한 사제」「영성이 깊은 수도자」「자상하고 인자한 교육자」라는 수식어를 빠트리지 않는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닌 이주교가 언제 어떤 자리에서든 신앙인으로서 한결같은 신심을 갖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또 그의 깊은 영성적인 삶은 예수회원들은 물론 많은 성직·수도자들에게 표양이 됐고, 서강대에서 오랜 기간 교수, 이사장, 총장을 지내면서 참 교육자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예수회 류장선 신부는 『자기 일에 철저한 이주교님은 아침미사 때 제일 먼저 성당에 들어가 성무일도를 바치고 미사드리는 일을 하루도 빠트리지 않으신 분』이라며 이주교의 한 단면을 이렇게 강조하기도 했다. 성덕과 학덕을 두루 겸비한 이주교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좀처럼 화내지 않기로도 유명하다.
이렇듯 수도자다운 겸손함이 몸에 배인 이주교는 1934년 경기도 안성군 안성읍에서 부친 이풍호(바오로)씨와 모친 윤인희(루치아)씨 사이의 2남 2녀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다. 이주교는 할아버지 때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 이후 3대째 신앙을 이어온 열심한 집안에서 성장해왔다. 주변에서 성녀 같다는 평을 들을 만큼 희생적이고 모범적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어머니 밑에서 신심을 키워온 이주교는 어릴 때부터 매사에 충실하며 성실한 신앙인으로 반듯하게 자라왔다.
이주교가 수도자의 꿈을 키워온 것은 역사를 가르쳤던 형 이춘택(요한)씨로부터 이냐시오 성인의 이야기를 듣고, 중·고등학교 시절 이주교 집안과 절친했던 박고영 신부가 예수회원으로 활동하던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다. 이주교는 넋을 잃고 들을 정도로 이냐시오 성인에게 매료됐고 박고영 신부가 외국으로 다니면서 활동하던 수도생활이 동경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당시 본당신부였던 임세빈 신부는 수도회가 아닌 교구사제가 되길 바랐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주교는 59년 예수회 미국 위스컨신 관구에 입회했다.
수련동기인 민기식 신부가 이한택 주교를 두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신앙인이라는 것』이라고 회고하듯 늘 굳은 믿음과 신앙을 가졌던 이주교는 예수회 수련원 수련장, 「말씀의 집」 원장을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영적으로 이끌어왔다. 수련자들에게는 「호랑이 수련장」으로 유명하지만 수련기간이 끝났을 때는 무한한 자비를 베풀어주는 자상한 아버지 같은 수도자로 기억된다. 두 차례나 서강대 이사장을 지냈고 지난 99년부터 총장직을 맡고 있는 이주교는 「인간존중」을 우선시 하는 예수회의 교육이념 실천과 탁월한 행정능력 발휘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늘 봉사하는 자세로 총장직에 임해온 이주교의 하루 일과 시작은 인터넷 학교게시판을 둘러보는 일. 학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교직원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민의(民意)를 헤아리는데 늘 귀를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늘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학생, 교직원, 수도자들 곁에 머물렀던 이주교는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을 강조해왔다. 서울대교구 사제, 수도자, 교구민과 함께 수도회의 깊은 영성, 이주교의 포용력과 온화함을 더불어 나누며 영적인 풍요로움 안에서 한국교회가 거듭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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