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사소한 실수로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잠시 참을성을 발휘해 기다려주고 편안한 표정을 지어줄 수 있는가. 이러한 행동은 부모의 좋은 습관뿐 아니라 영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갖추려는 노력 안에서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의 실수 앞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벌을 줄 것이라거나 매를 들 것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자녀에게 일종의 두려움을 주는 실수를 범한다.
아이들은 아직 감정이 불안정한 세계를 안고 있다. 스트레스를 다루는 능력도 함양되지 못했다. 이때문에 부모들이 어느 틈엔가 심어주는 두려움과 미숙한 감정들에 잘 대응할 수 없다.
게다가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과장해서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지나치고 말 일과 정말 좋지 않은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게임기를 빼앗긴 상황과 엄마가 자신보다 동생을 더 사랑한다고 느낀 순간에 감지하는 두려움은 거의 동일하다고 설명한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은 감정을 현실에 그대로 투영, 자신이 경험한 두려움을 끔찍한 것으로 단정 짓고 움츠러드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아이들은 더 이상 실수를 하거나 감정을 다치지 않기 위해 아예 행동하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가 화를 내면 아이의 내면에서는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나도 때릴 수 있고, 누가 나를 화나게 하면 나도 그를 화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굳히게 된다.
자신의 실수나 주변 환경에서 두려움을 느꼈지만, 가장 큰 안정감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 부모로부터도 위로를 받지 못한 것이다.
아이의 두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실수나 미숙함을 우선 무심히 지켜봐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 자녀의 잘못을 꾸짖기 전에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말부터 건넬 필요가 있다.
소소한 실수에도 부모가 강한 반응을 보이면, 아이들은 자칫 실수는 두려운 것이고, 불완전한 것은 나쁜 것이니 진짜 내 모습은 감춰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리기 쉽다. 성인들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그에 따른 손실을 다르게 해석하고 감당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직 그렇게 정리할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녀들이 의미 없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돕기 위해 평소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하고 걱정해야 할 일과, 그냥 지나쳐도 될 일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때도 아이의 고민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지나칠 것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진지하게 대해야 서로의 말문을 열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적절히 넘기지 못하면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이 자신이 무언가를 잘했을 때만 발휘되는 조건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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