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가, ‘이천 도자기 축제’라는 단어로 인해 예전 그 지역에서 소임을 다했던 정신과 병원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마음은 앞섰으나 경험이 부족했던 시절, 순간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수간호사 선생님이 원목실로 찾아와 환우들을 위해 자전거 한 대만 사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며칠 전 은인의 도움으로 퇴원 준비 환우용 자전거 2대를 마당에 놓아두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수간호사는 “신부님, 그런 자전거 말고 병동 안에서 타는 자전거 말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마당에 있는 자전거를 혹시 병동에서 타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자전거를 어떻게 병동에서 타냐고 눈을 흘기며 말했습니다. 수간호사가 필요한 건 병실 안에서 운동하는 자전거라는 말에, “그럼, 병원 마당에 있는 자전거를 병동 벽에 묶어 놓고 쓰면 뭐 운동 되지 않느냐”했더니 그냥 웃으면서 가버렸습니다. 그 후에야 그 수간호사 선생님이 요청한 자전거가 바로 헬스장에서 사용하는 자전거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정신과 환우들보다 더 정신이 오락가락, 허둥지둥 살던 시절, 그래도 가장 큰 위로와 힘과 용기를 주신 분들은 병원에서 함께 지냈던 환우 분들이었습니다. 당시 철이 없던 것만큼이나 환우들에게 하나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어서 열정의 몸부림을 치곤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솔직히 병원 환우 분들에게 제가 무척이나 괜찮은 사람으로, 병원 직원들에게도 꽤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환우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지냈고 그들의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웃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병을 이겨내려는 노력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치유되고, 변화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함께 변화되면서 서두름에서 오는 조급증을 치유할 수 있었고, 저의 행동이나 능력을 다른 사람들이 몰라줄까 전전긍긍했던 마음이 사그라지고 사람에 대한 깊은 믿음의 힘도 생겼습니다.
편견 없이 저를 대하고, 대화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병동에서 만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웃으며 지내준 환우 분들의 천진난만함을 보면서 저의 허세나 절제되지 않은 인간적 욕심, 늘 부풀려져 있는 마음 속 영적 거품이 빠지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신과 병원 소임을 할 때, 날마다 저는 ‘환자들을 도와야지’하며 근무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들로 인해 오히려 제가 더 치유가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도와주러 가 보세요. 그러면 그 진심이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도우고, 자기 자신을 바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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