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환경소위원회(이하 환경소위)는 독일 지속가능한 에너지 연구 전문가 디히터 자프리드(Seifried Deieter) 교수(부퍼탈 연구소)를 초청, 18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 강당에서 ‘탈(脫)원전 사회의 가능성과 미래-독일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는 사례를 중심으로 독일의 탈원전 정책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디히터 교수는 독일의 전기생산과 탈원전의 역사, 왜 원전을 폐쇄해야 하는가, 독일의 에너지 정책, 재생가능 에너지 법률과 방향, 지속가능한 발전(發電)의 주요 기둥인 효율 등을 살펴보고 원전 에너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탈원전을 해야만 하는 근본 이유를 역설했다.
디히터 교수는 “핵 발전에 찬성하는 이들은 핵발전이 안전하고,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고 했지만 예측하지 못한 사고에 대한 대처 상황을 통해 그 위험성을 실감하게 됐다”며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의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 위험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디히터 교수는 또 “원전은 사고 위험과 피해가 크고, 테러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고농도 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적절한 방법 및 장소도 갖고 있지 않다”며 “또 핵 확산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전의 위험성과 기후변화의 위험성 및 비용, 자원부족, 에너지 안보, 자원 분쟁/전쟁의 발발 가능성, 에너지 정책 변화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 등의 원인을 바탕으로 에너지 정책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은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1990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까지(2050년까지는 80∼95%) 줄여나가고, 에너지 생산성을 두 배로 증가시키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고(2011년 상반기에 20% 달성), 전력 소비율을 2010년 대비 10% 줄이는 한편, 2022년에 완전한 탈원전 실현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통해 디히터 교수는 독일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와 함께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법률로 재생가능에너지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냄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이에 대한 확신을 얻고 있다는 것. 디히터 교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시장평균 전력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법률 방안을 통해 막대한 비용절감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한 디히터 교수는 “규제 및 시설적인 장벽, 사업 허가에서의 관료주의, 가격·세금제도상의 장벽(예-수입세), 전기 생산 기준가격 관세가 적다는 점, 정보·교육 부족, 공급용 인프라 부족, 재정부족 등이 재생가능에너지 부문의 장애물들”이라며 “하지만 화석연료 발전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문제와 원전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볼 때 성장하는 시장인 재생가능에너지 구축에 힘써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연회 말미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강연회 참석자들은 독일의 성공 사례를 통해 우리의 원전 정책을 되짚어 봤다.
디히터 교수는 원전 에너지의 위험성을 묻는 질문에 핵 폐기물 처리 및 보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예로 들어 “핵 폐기물은 방사능 물질로 이것이 인체에 들어가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 방사성이 바로 없어지지 않으며, 우라늄의 경우는 반감기가 지구 역사와 같은 45억년일 정도로 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보관에 관해서도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수분, 소금기 등에 따른 보관용기의 부식 등의 우려에 따라 묻어놓은 핵 폐기물을 다시 파내고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디히터 교수는 또 “독일의 경우 지금까지 각 나라의 원전 사고를 겪어오면서 우리나라만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일본마저 원전 사고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통해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은 물론, 핵에너지를 청정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히터 교수는 “원전에너지 기술은 단기적인 돈벌이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간과할 수 없다”며 “만약 한국에서 한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다른 원전도 다 닫아야 하고, 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물론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고 지적하며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편, 환경소위는 원전 에너지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환경소위는 31일 열릴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사회사목분과와 (사)생명평화마중물의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 제주교구장) 초청 강연 ‘탈원전 사회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성찰과 책임’을 후원하고, 오는 12월 14일에는 일본 원전정책 전문가와 함께 ‘미래세대를 위한 한일 원전정책의 길’을 주제로 한-일 국제포럼을 가질 예정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