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은 평촌 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1995년도에 설립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 분당을 하고도 현재 약 8000명에 가까운 신자로 구성된 수원교구 내에서는 규모적으로나 신심적으로나 잘 알려진 본당입니다. 본당 설립 15주년 동안 평촌본당에서 사목해주신 훌륭한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랑과 신뢰가 넘치고 깊은 신앙심이 있는 본당으로 교구 내에서 자리 매김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불미스럽게도 지난해 9월 본당에서 정말 상상할 수 없는 횡령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사후 약방문’ 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평화롭고 화기애애하던 본당은 차마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고, 신자들은 자괴감과 허탈감으로 그리고 신자들을 대표하여 신부님의 사목을 돕던 총회장과 상임위원들에 대한 원망과 싸늘한 눈초리…. 난무하는 유언비어, 본당의 분위기는 일순간에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행히 오래가지 않아 횡령한 사람은 체포되었고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런 난국에 본당 총회장의 중책을 맡게된 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짙은 회색빛 우중충한 분위기를 일소시키고 이전의 본당 분위기로 회복시킬까 고민하였습니다.
먼저,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반장, 구역장을 통하여 신자들의 소리를 듣고, 신자들의 원하는 것을 수렴하기로 하였습니다.
올해 초 본당 총회에서 각 지역별 토의를 하고 건의사항을 발표하게 하여 의견을 집약하여 사업계획을 수립, 6월에는 봉사자들을 위해 제주도 피정, 10월에는 본당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 신자가 기차로 배론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신앙 안에서 같은 시간을 서로 공유하며, 토의하고 활동하며 공동체의 분위기를 차츰 차츰 과거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과정을 갖고 있습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은 더 굳어진다고 아픔을 딛고 일어서고자 주님께 감사드리며 모두 노력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용서와 사랑으로 대화하고 나눔을 가질 때 아무리 큰 아픔도 치유가 되고 신앙의 물감으로 아름다운 단풍처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2012년도에는 치유의 은총을 받고 지난날보다 더욱 더 주님이 보시기에 좋은 공동체가 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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