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앙에는 어떤 벽이나 장애도 있을 수 없습니다. 저희들의 조그만 나눔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기쁨이 되고 세상에는 깨침을 주는 목탁소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시월의 끝자락, 서울 명동에 흰 장삼에 붉은 가사의 스님과 백발의 사제가 손을 마주잡고 섰다. 명동거리를 지나치는 이들의 눈길을 붙든 주인공은 대한불교 보문종 불심사 주지 혜인 스님과 서울대교구 원로사제 임응승 신부. 종교를 뛰어넘어 두 사람을 한자리에 하게 만든 이는 수맥흙침대 이경복(바오로·62) 대표였다. 성직자로, 수도자로, 사업가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을 한데 모이게 한 동력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그들 사이에 놓인 무수한 장애를 뛰어넘게 했다.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수많은 나눔으로 사랑을 펼쳐온 이들이 서로에게서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았다. 바로 예술에 대한 사랑이었다. 예술에 관심을 갖고 지내다 보니 하나둘 모이게 된 작품들이 이번 회동의 밑거름이 됐다. 60년 넘는 사제생활을 하며, 40년 넘게 불심을 닦으며, 30년 가까운 세월 예술활동을 지원하다 보니 소장하게 된 각자의 예술품을 이웃을 위해 내놓자는 데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쉽게 마음이 모였다. 오는 9~15일 서울 인사 아트프라자에서 여는 ‘불우 이웃 돕기 및 불교와 천주교 화합 예술제’는 이들의 마음을 담는 조그만 도구일 뿐이다.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사랑마저 메말라 세상이 각박해져 가고 있습니다. 저희의 나눔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두 성직·수도자와의 오랜 인연을 사랑 나눔으로 이끌어낸 이경복 대표도 이번 전시회에 자신이 아끼는 애장품을 아낌없이 내놨다. 혜인 스님이 내놓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가 새겨진 도자기를 비롯해 고(故) 운보 김기창 화백의 ‘산수화’, 고(故) 창석 이억영 화백의 ‘소나무’ 등 70여 점의 작품과 임응승 신부가 처음 공개하는 각종 서예작품과 청자주전자 등 20여 점 등 총 100여 점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의 수익금은 전액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저희의 조그만 사랑을 담은 이 그릇이 얼마나 뜨거워질지 기대가 됩니다. 남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전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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