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안중근평화신학연구원’과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주최하는 ‘안중근(토마스) 의사 하얼빈 의거 102주년 기념미사 및 학술대회’가 10월 26일 서울 신도림동성당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기념일을 기해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가 지난 7월 창립된 후 처음 개최됐으며 이사장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김병상 몬시뇰(인천교구 원로사목자), 정형달 신부(광주대교구 원로사목자), 최부식 신부(신도림동본당 주임)와 기념사업회 윤원일(토마스) 사무총장, 민주당 박영선 의원, 신자 180여 명이 참석했다.
김병상 몬시뇰 주례, 정형달 신부 등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봉헌된 기념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함세웅 신부는 “안중근 의사는 120여 년 전에 철저한 교리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은 분으로서 사형수로 감옥에 갇혀서도 자서전 「안응칠역사」(안응칠은 안중근 의사의 아명)에 하느님에 대한 글을 쓰셨다”며 “독립운동을 하면서 모든 한국인들이 세례 받기를 바라셨고 하느님은 안중근 의사 존재의 근원이었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이어 “가톨릭교회 내부에서도 안중근 의사가 생명을 해쳤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라는 사람이 아니라 일제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에 항거해 방아쇠를 당겼다”고 강조하며 안 의사가 독립군 지도자로 활동하던 무렵 일본군 포로 2명을 독립군 부하들의 사살 주장에도 불구하고 인도적으로 풀어 준 사례를 소개했다.
함 신부는 “안 의사는 부유한 집안 자제로 태어나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안락을 버리고 고난의 길을 택한 ‘착한 사마리아인’이었다”고 강론을 마무리했다.
미사 후 신도림동본당 바오로관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조광 명예교수(고려대 사학과) 사회로 신운용 책임연구원(안중근평화신학연구원)과 고려대 윤효정 박사가 각각 ‘한국 가톨릭계의 안중근 기념사업 전개와 그 의미’, ‘하얼빈 사건에 대한 국내 언론지의 인식-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의 비교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했다.
신운용 연구원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가톨릭계의 기념사업과 평가 양상을 국권회복(1945년) 이전, 기념사업의 태동과 안중근 의거에 대한 초보적 인식 시기(1945~1970년대), 안중근 신앙에 대한 인식의 진전과 평가의 혼란 시기(1980~1990년대), 한국 가톨릭계의 추모운동 다양화와 100주년 기념사업 시기(2000년대)로 구분한 뒤 “뮈텔 주교를 필두로 한 한국 가톨릭계의 주류 세력은 안중근 의거를 살인행위로 간주한 반면 드망즈 주교 등은 안중근을 지지한 것이 현재 가톨릭계 안중근 인식의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체적으로 현재도 이와 같은 이분법적 인식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효정 박사는 안중근 의거 당시 국내 대표적 언론이었던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를 비교, 대조하며 “친일 성격의 황성신문은 안중근 의거의 중심 이슈를 이토 히로부미의 ‘억울한’ 죽음으로 설정하면서 안중근이 살인행위를 범했다고 규정한 반면, 대한매일신보는 동 사건의 중심 이슈를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에서 찾았고 한국독립을 위한 의병운동의 실천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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