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고준석 신부)가 주최하는 제2회 심포지엄이 10월 28일 경기도 부천 가톨릭대학교 성심국제캠퍼스 인터내셔널 허브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렸다.
‘하느님을 닮은 인간사랑-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영성’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영성,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간관?생명문화관?경제관에 관한 심도 깊은 연구 결과물이 발표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사상 영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김 추기경의 뜻을 실천해나가겠다는 연구소의 설립 취지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제대로 구현됐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고준석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의 소중한 뜻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추기경이 평소 삶의 지표로 제시한 감사와 사랑, 나눔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고자 설립된 본 연구소가 이번에 김 추기경의 사회영성을 되새겨보는 시간으로써 ‘하느님을 닮은 인간사랑’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마련했다”면서 “진한 향기로 남아있는 김 추기경의 아름다운 행적을 기억하고,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 기조발제와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기조발제 - 하느님을 닮은 사람,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영성
박일영 박사(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인간학연구소 소장)
김수환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이었지만 종교의 벽을 넘어 한국 사회를 밝혀주는 양심의 보루로 여겨져 왔다. 김수환 추기경은 각 개인의 양심을 일깨워주고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리 시대 아이콘이다. 그는 단순히 가톨릭을 대변하는 종교지도자에 그치지 않고 1970년대 이후 전개된 사회의 민주화 과정과 이에 따른 희생 그리고 결실로 이룩된 현대 시민사회의 민주적 가치 실현을 상징한다. 따라서 김수환 추기경의 사상과 영성은 우리 사회의 공감을 표상하는 데에 적합한 하나의 모델이다. 이제는 그에 따른 윤리적 원칙과 실천규범을 제시하고 이를 시민사회의 덕목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김 추기경은 정직, 성실, 준법 등 가장 기본적인 덕목의 결핍을 일종의 ‘한국병’으로 보았다. 그는 이 한국병을 치유하지 않고는 진정한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특히 그가 삶의 지표로 제시한 감사, 사랑, 나눔은 이러한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 실천규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주제발표 - 김수환 추기경의 인간관
조정환 신부(가톨릭대 교수·인간학교육원 원장)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문제점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 존중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이라는 주제는 그의 사상 안에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 김 추기경의 사상 안에서 인간 존엄의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다는 것, 즉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인간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인간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거룩한 소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 추기경의 인간관 안에서 ‘그리스도 중심적인’ 성격은 현대 신학의 큰 경향 중에 하나인 ‘그리스도 중심주의’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김 추기경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이론으로 흐를 수 있는 그리스도교 인간관을 현실 안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했고, 더 나아가 삶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리스도교 인간학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에 큰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주제발표 - 김수환 추기경의 생명문화관
강영옥 박사(서강대 교양학부 강사)
김수환 추기경은 1961년부터 정부에 의해 추진됐던 산아제한과 관련된 낙태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명 사상은 낙태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김 추기경은 모자보건법과 관련한 낙태 반대운동을 전개해나갔고,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했다. 1975년 ‘행복한 가정 운동’을 전개했고,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개정안 135조 삭제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생명존중운동을 펼쳐나갔다. 이러한 생명운동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맞물려 ‘생명문화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김 추기경은 한국 사회의 병폐 중 하나를 인간생명 경시 풍조에서 봤고, 그 뿌리는 낙태의 허용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인공 수정, 시험관 아기, 줄기세포 연구 등 오늘날 생명에 대한 위협은 점점 더 폭을 넓혀가고 있다. 낙태, 안락사, 사형, 자살 등 죽음을 부추기는 죽음의 문화는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암울한 그림자다. 이제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의 생명사상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꽃피워 나가야 할 시점에 서 있다.
■ 주제발표 - 김수환 추기경의 경제관
유정원 박사(수원가톨릭대 신학과 강사)
김수환 추기경은 영혼을 가장 병들게 하고 썩게 하는 것이 ‘돈’이라고 강조하면서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있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초대 교회의 모습을 통해 참된 교회상을 제시하고자 했다. 김 추기경은 노사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서로의 범위와 역할을 지키며 존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 것을 권유했다.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들과 참된 나눔을 실천하는 동반자가 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회 정책과 경제 정의를 뿌리내리는 데 힘쓰라고 당부했다. 돈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비생명적 삶을 벗어나 생명을 존중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실천을 통해, 파괴된 자연 환경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가장 가난한 이웃과 연대하여 생태적 경제 정의를 실현하라고 요청했다. 타인을 지배하고 윗자리에서 통솔하려 하며 타인 위에 힘을 행사하고 그들을 내 소유로 삼으려는 무의식적 욕망에서부터 나를 비워내라고 권고한다. 이것이 바로 김 추기경이 말하는 가난의 영성이며 복음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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