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외신종합】최근 성직자 아동 성추행 문제 처리를 놓고 교황청과 갈등을 빚은 아일랜드가 ‘경제적’ 이유로 주 교황청 대사관을 폐쇄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몬 길모어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이 같은 결정은 성직자 아동 성추행 문제 처리를 둘러싸고 아일랜드와 교황청 사이에 불거진 갈등 때문은 아니라며, “바티칸과의 관계는 지속되고 중요하게 존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아일랜드 가톨릭교회가 클로인 교구에서 오랫동안 아동 성추행 문제를 은폐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당시 주 아일랜드 교황대사 주세페 레안자 대주교가 외무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레안자 대주교는 교황청으로 잠시 돌아갔다가 주 체코 교황대사로 발령받았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예수회)는 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본래, 교황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국가는 주 교황청 대사를 로마에 상주하게 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에 상주하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두 국가의 외교관계이며, 아일랜드와의 외교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폐쇄 방침의 의미를 축소했다.
길모어 외무장관은 “매우 유감스럽고 어쩔 수 없이 내리게 된 이번 결정은 재외 공관들의 경제적 수익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주 교황청 대사관은 아일랜드의 가장 오랜 재외 공관 가운데 하나이지만 경제적 수익을 전혀 못 내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과 더불어 이란과 동티모르 대사관도 폐쇄된다.
아일랜드 주교회의 의장 숀 브래디 추기경은 이번 폐쇄 결정이 “국제 관계에서 교황청의 중요한 역할이나 수세기에 걸쳐 이어진 아일랜드 국민과 교황청의 역사적 유대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이러한 유감스러운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교 분야에서 아일랜드와 교황청 사이에 긴밀하고 상호 호혜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교황청은 1920년대에 새롭게 독립한 아일랜드자유국이 처음으로 온전한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들 가운데 하나였다. 주 아일랜드 교황대사 자리는 레안자 대주교 사임 이후 공석이며, 더블린교회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안에 새 교황대사가 임명될 예정이다.
현재 몇몇 나라들이 로마에 상주하는 교황대사 없이 인근 국가에 파견한 대사가 교황청과의 관계를 수행하는 형태로 교황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1929년 교황청과 이탈리아가 맺은 라테라노 협정에 따르면 주 이탈리아 대사는 주 교황청 대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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