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 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어느 부부가 상담을 받으러 가정상담센터를 찾아 왔다.
그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결혼한지 10년이 넘는 잉꼬부부로서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상으로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하여 결혼을 했고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을 능히 이겨내리라 다짐을 했는데 그 두 사람이 더 이상은 같이 못살겠다고 찾아 온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아내가 말문을 먼저 열었다.
“남편이 결혼 전에는 말이 없고 과묵해서 믿음직스럽고 매력이 있어 좋아했는데 결혼을 하고 함께 사니까 말이 너무 없어서 답답하고 재미가 하나도 없어서 더 이상 함께 못 살겠다”는 것이었고 이에 질세라 남편이 소리를 질러 대는데 “아내가 결혼전에는 명랑하고 애교가 넘쳐서 좋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까 말이 많아 시끄럽고 잔소리가 많아서 더 이상 함께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부부는 어렵게 결혼한 것에 대해 남의 눈을 의식해서 외출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부부로 보이려고 잉꼬처럼 다정한 척을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신발을 채 벗기도 전에
“당신! 왜 그렇게 말이 많아?”
“당신! 입이 붙었어? 왜 그렇게 꿀먹은 벙어리야….”
밖에서는 다정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웬수로 변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함께할 자신의 이상형을 찾아 헤매인다. 결혼 전에는 분명 자신에게 맞는 이상형의 짝을 찾았다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지만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상적인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가 없으며 각기 독특한 개성과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결혼 전의 장점이 단점으로 드러나고 매력이 상실되는 것은 오늘의 현실을 무시하고 결혼 전의 이상적인 면을 포기하지 못해서 오는 일종의 메커니즘(mechanism) 이다.
부부란 서로가 서로에게 부서져 가는 과정이며 되어져 가는 과정으로써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에게 맞추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이제 홀로 살아가는 이기적 개인주의를 벗어버리고 둘이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 중 자기와 똑같은 사람은 없다. 다만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랑이 있기에 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부의 사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늘 항구하게, 끊임없이 일상 생활 속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서로의 입장을 살펴보며 배려하는 마음이 전제된다. 결국 서로가 다른 두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가정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서로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요, 서로의 생활태도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意志)의 표명인 것이다.
나는 가끔 부부의 사랑을 밥상에 오르는 ‘깻잎’에 비유를 해 본다.
깻잎 한 장 한 장에 양념을 발라 구수하게 삭혀진 깻잎처럼 하루 하루의 세월속에 삭혀지고 깎여진 부부의 사랑은 남편이 한 장을 떼어갈 수 있도록 내가 잡아주고 또 내가 한 장 떼어갈 수 있도록 남편이 잡아주는 희생적 사랑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부부들은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에게 길들여져 가는 것이다. 너를 위해 내가 양보하고 이해하는 헌신적인 사랑이 결국 가정을 지키는 위대한 힘이요, 울타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란 되어져가고 부서져가는 과정이며 서로가 닮아가는 사랑의 동반자인 것이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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