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상실한 현세의 외면적 눈속임에서 전체를 보는 통찰로서의 통로를 아버지에 대한 ‘효(孝)’ 개념에서 찾고 있습니다.”
조각가 조숙의(베티·55)씨가 설명하는 ‘아버지(Father)-본질을 상실한 외면적 눈속임에 현혹되기보다 전체의 모습을 보라’전의 의미다. 조씨는 오는 16일 서울 평화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올 초 홍익대 대학원 미술학과 조각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첫 개인전이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현대조각에 있어서 성(Holiness)과 실존(Existence)」(본지 2월 27일자 15면 참조)을 발표한 그는 이번 전시가 논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45명이 자살한다고 해요. 리무진 버스 한 대의 탑승자만큼입니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현대인들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가 ‘아버지’라는 개념을 끄집어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나간 아들을 찾아 헤매며 무참히 깎이고 훼손돼 볼품없지만, 마침내 찾은 아들을 온화하게 에우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현대인들이 찾는 답이 있다고 조씨는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가는 유한적 존재인 인간을 어린 아들로, 하느님을 아들을 끌어 앉고 있는 아버지로 표현했다. 이어 은유적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을 아버지와 아들을 표현하는 ‘배아적 요소‘라고 덧붙였다.
“우리 존재의 원초적 창조자 아버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사랑하며 기쁘게 해드리는 것만을 찾는 효심 가득한 자녀가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지요.”
이번 전시에는 작가 자신의 체험이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그는 실제로 하느님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을 체험했다고 했다. “건강도 잃고 좌절하게 되었을 때, 씨앗을 돋울 수 있는 힘이 원초적 창조자 아버지로부터 왔다고 생각해요.”
전시장에서는 조각과 묵화 등 10점 남짓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버지의 눈물’을 주제로 한 묵화는 부드럽고 온화한 물기의 거대한 번짐으로 자체의 존재성을 강렬하게 감촉시킨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작품을 내놓기 보다는 한 작품에라도 관람객들이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시 중에 그리스도왕 대축일이 있어요. 왕 중 왕이지만 가장 낮은 곳에 계시는 그리스도는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분이며, 우리에게 늘 만물을 새롭게 보게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는 22일까지.
※문의 02-727-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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