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순교자와 증거자 125위 시복시성을 위해 전국 성지순례에 나선 80여 명 신자들의 기도 소리가 순교자들의 신앙과 얼이 서린 전국 방방곡곡 성지에 메아리쳤다.
순례자들 발걸음 발걸음은 신앙 선조의 삶과 영성을 닮고자 하는 다짐이었으며 우리 자신부터 복음화되어 한국교회 안에 새로운 복음화의 주축이 되고자 하는 뜨거운 의지의 표현이었다.
4박5일간 일정으로 전국 각 곳의 순교 성지들을 방문한 한국평협 ‘하느님의 종’ 순교자와 증거자 125위 시복시성 기도운동 전국 성지순례의 화보와 이모저모를 엮어본다.
◎… 11월 3일 오전 8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출발, 7일 서울 서소문 성지까지 전국 27개의 전국 성지를 순례한 ‘하느님의 종 ’순교자와 증거자 125위 시복시성 전국 성지순례는 한국평협 차원에서도 처음 마련된 것으로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 의미와 함께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순교자 현양을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았다는 의의를 보였다. 한국평협은 행사를 위해 전 참가자들에게 야외용 단체복을 증정해서 눈길을 모았는데, 한 참가자는 “같은 복장만큼 순례자들이 한 마음으로 순교 선조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 이번 전국 성지 순례는 한국 최초의 영세자이며 한국 천주교회 창설자 중 한 사람인 이승훈 베드로의 묘를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인천 남동구 장수동 산 132-1 반주골에 자리한 이승훈 베드로의 묘지에서 순례자들은 순례의 첫 마음을 다지는 한편 한국교회 첫 씨앗을 뿌렸던 이승훈 베드로의 신앙을 기렸다.
◎… 124위 시복시성 대상자들의 순교지를 위주로 순례 일정이 구성된 전국 성지순례는 그런 면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성지들을 찾아보는 기회가 됐다. 순례 안내 봉사에 참여했던 김영숙(리디아·서울 장위동본당)씨는 “그간 신자들이 잘 알지 못했던 성지들을 함께 순례하면서 125위 시복시성에 대한 의미가 더욱 살아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라면서 “이번 순례가 125위 시복시성 대상자들과 연관된 성지들을 더 발전시키고 활성화 시키는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순교자 영성의 밤 눈길
◎… 순례자들이 숙소를 정했던 각 지역에서는 소재지 평협 차원에서 기획한 다양한 순교자 영성의 밤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대전평협에서는 순교자의 밤 행사를 준비하는 한편 원주평협에서는 최양업 신부를 주제로 한 칸타타, ‘아! 땀의 순교자 최양업 사제여’를 공연했는데 이 같은 다채로운 순례 프로그램들은 순례자들의 여정을 더욱 깊이 있는 묵상으로 이끌었다는 평이다.
특히 합덕성당에서 순례 첫날 저녁 일정에 참여한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순례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친교’ 주제의 특별 강연을 펼치면서 125위 시복시성 기도운동에 참여한 순례자들을 격려했다.
▲ 전국 성지순례 첫째 날 오후 6시 대전교구 합덕성당에서 봉헌된 기념미사 중 순례단이 손을 잡고 주의기도를 노래하고 있다.
▲ 합덕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중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한국평협 최홍준 회장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순례 둘째 날 저녁 마산 가톨릭교육관에서 열린 순교자 영성의 밤 행사 중 한 순례자가 마산 평협이 준비한 ‘순교자 영성 러브레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안동평협이 마련한 셋째날 저녁 영성의 밤도 눈길을 모았다. 사도 바오로의 ‘회심’ 모노드라마 연극과 고(故) 권정생 작가의 ‘엄마 까투리’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자리로 준비됐다. 특히 사도 바오로의 회심을 열연한 김종호(즈카리아·안동 송현동본당)씨는 모노드라마를 마친 후 순례단을 향해 “여러분도 사도 바오로처럼 하느님을 느끼고 사랑하여 ‘회심’ 하십시오”라 외쳐, 순례단으로부터 힘찬 박수를 받았다.
“주일학교 친구들에게도 기도 운동 권유”
◎… 전국 평협 임원단과 주보 공지를 통해 순례에 신청한 이들이 함께한 이번 순례에서 최연소 순례자는 수원교구 안산 초지동본당 유준(이사악·중3)군. 어머니 김수자(요안나)씨 권유로 순례에 참가했다는 유준군은 “125위 시복시성에 대한 기도운동 이야기는 처음 접했지만 각 곳 성지를 참례하면서 그분들의 신앙이 참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앞으로 주일학교 친구들에게도 125위 시복시성 기도를 권하겠다”고 말했다.
순교자 영성 특강 마련
◎… 빡빡한 일정으로 순례 일정이 지연됐던 순례단은 둘째날 여정에서 진주 사봉면 순교자 정찬문 묘에 들르지 못하고 숙소인 마산가톨릭교육관에 도착했다. 이날 마산교구 총대리 이형수 몬시뇰은 ‘순교자 영성 특강’에서 “한국평협의 노력들이 염원이 되어 시복시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순교의 원형이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아 우리도 타인을 위해 내어주고 먹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다”고 말해 순례자들의 큰 공감을 자아냈다.
순교박물관서 다양한 유물 관람도
◎… 순례가 이어지면서 부산·마산 지역을 순례할 때 순례단은 가을비를 맞으며 순례에 나섰다. 빗속에서도 가는 곳곳마다 주교회의에서 발행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를 펴서 방문 스탬프를 찍는 열성을 보였던 순례단은 밀양 삼랑진읍 김범우 묘소에 도착, 기도와 함께 “시복시성을 위하여!”라고 구호를 외치며 단체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날 김범우 묘소에서 순례단을 맞은 부산평협 김해권(프란치스코) 회장은 “얼마 전 김범우 순교자 기념 성모동굴성당을 봉헌하고 새롭게 단장해 한국평협 순례단을 맞을 수 있어 뜻 깊다”면서 “이번 순례로 성지가 보다 많은 신자들에게 알려지고 방문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순례단은 방문 하는 순례지역마다 지역 문화 해설사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성지 담당 사제의 성지 관련 강의를 들으며 순례에 대한 의미를 고양시켰다. 또 부산 오륜대 한국 순교자박물관 등 순교 박물관에서는 성경, 교리서, 기도서, 성가집 등 다양한 유물을 관람했다.
마침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특별전’이 열렸던 오륜대 한국순교자 박물관은 125위 시복시성의 의미와 연결된 전시회를 마련한 점에서 순례단의 호응을 얻었다. 일반 참가자인 채정숙(율리아·서울 구의동본당)씨는 “최양업 신부님의 친필 서신을 보며 그때 그 느낌이 살아나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면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내어 시작한 이 순례로 나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 대구에 도착, 관덕정을 찾은 순례단은 이윤일 요한 성인의 유해와 많은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관덕정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순례단은 관덕정 관련 영상물을 시청하며 피로써 증거한 순교 신앙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했으며 복자성당에서는 낙엽으로 뒤덮인 허인백(야고보), 김종륜(루카), 이양등(베드로) 3위의 묘를 참배하고 기도를 드렸다. 신앙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신앙 선조들의 묘를 보며,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마음에 새기는 자리였다.
▲ 청주교구 배티성지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한 순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