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의 배필이면서 성 가정의 보호자였던 요셉은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첫 자리에 두고 살았던 의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약혼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였다는 천사의 전갈을 듣고서 마리아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그리고 목수의 일을 하면서 묵묵히 마리아와 예수를 돌보며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헌신적으로 수행하였다. 한평생 동안 하느님의 뜻 안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요셉이 지금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
작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은 요셉이 하느님 나라로 떠나가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한 손으로 요셉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간절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예수님도 한 손으로 요셉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며 기도하고 있다. 예수의 가슴을 향하여 고개를 돌리고 있는 요셉의 얼굴은 평화로운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 성 요셉의 임종(부분).
그러나 성가정을 이룬 가족들의 행복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하였다. 한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토마스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매 주일이면 성당의 앞자리에 앉아 간절한 자세로 기도를 바치곤 하였다. 그가 세례성사를 받은 지 약 반년 정도가 흘렀을 때, 가족들은 한밤중에 급히 병자성사를 청하였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토마스는 방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나를 알아본 그가 들릴락 말락 하는 소리로 간신히 말하였다. “신부님… 이제… 천국에서… 뵈어요….” 그의 얼굴에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비록 그의 신앙생활은 짧았지만 어느새 그의 마음속에 하느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야윈 손을 잡아 주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병자성사를 주고 성당으로 돌아오니 방금 전에 그가 하느님 품에 안겼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