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최초 30년 근속 교리교사 채근자(소피아·인천 일신동본당)씨를 10일 본당 교리교사실에서 만났다. 교리교사실에서는 채씨와 초등부 교리교사 여럿이 13일에 열린 초등부 위령성월 행사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잊고 지낸 조상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였다. 같은 날 열린 중고등부 부평지구 본당 도보순례와 연합미사 준비에도 여념이 없었다.
일신동본당의 경우 초등부는 주부들이 교리교사를 맡고 중고등부는 청년들이 맡고 있지만 채 교사는 초등부와 중고등부 교사를 동시에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초등부 미사(오후 4시)와 중고등부 미사(오후 7시)가 있는 토요일은 하루 종일 성당에서 살다시피 한다. 주중에도 2~3일은 기본으로 성당에 나온다.
채 교사는 “인간적으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예수님 학교’에 출근한다는 생각으로 30년을 교사로 지내고 있다”며 “내가 없으면 아이들에게 바로 여파가 미치기에 주일학교를 빠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술을 전공해 10년 넘게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중에도 학원 운영은 늘 2순위로 미뤘다.
30년 동안 숱하게 겪은 일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동료 교사가 한 명도 없이 홀로 주일학교를 이끌어 갈 때였다. 다행히 그 기간은 1년여 정도였다. 주일학교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이 청년이 되고 결혼해서 동료 교사가 됐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다. 제자 중에서 사제가 탄생되기도 했다. 학생들과 청년 교사들 사이에서 채 교사는 ‘마더 소피아’라고 불린다. 나이의 차이만큼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 교사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 교사가 채우고 있는 듯했다.
채 교사는 30년을 지탱한 힘을 묻는 질문에 ‘나의 신앙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답했다. 가톨릭신자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지키고 교리공부와 성경통독, 성체조배를 하루도 거르는 일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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