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시장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제도) 제정이 늦어지는 틈을 타 종편뿐 아니라 SBS, MBC 등 지상파도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미디어 생태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위원장 조환길 대주교)가 10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마련한 미디어렙 관련 토론회는 열악한 생존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종교방송 등 취약 매체들이 놓인 미디어 지형을 돌아보게 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 숭실대 김민기 교수(언론홍보학)는 ‘SBS 문제와 미디어렙법의 향방’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SBS의 미디어렙 추진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미디어 환경과 관련해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조, 국회의 묵인 등을 강하게 성토했다. 자사 미디어렙을 추진하고 있는 SBS와 MBC에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주무 부서인 방통위마저도 사실상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SBS가 직접 영업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통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받던 지역방송, 종교방송은 굉장히 큰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미디어렙으로 경쟁체제가 되고 종편이 직접 영업을 하면 광고계가 약육강식이 될 것이고 방송사들은 자본 위주의 사고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설령 지역방송·종교방송이 SBS 미디어렙과 관계를 맺는다 하더라도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로서 수탈당하고 죽게 되는 을사조약이 될 것”이라며 “연계판매가 없어지면 지역방송, 종교방송은 운영 재원이 없기에 수익 구조가 악화되고, 독자 프로그램 제작 능력이 상실될 것이다. 특히 종교방송은 거의 죽음의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해법으로 KBS·MBC·EBS를 공영 미디어렙 체제로 묶는 ‘1공영1민영’ 미디어렙을 제시했다. 또, SBS 미디어렙 등 판매분의 15%를 지역 및 종교방송에 의무 판매하는 연계판매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BS가 광고 직접 영업을 시작할 경우 법원에 즉각 업무정지가처분을 내고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종편부터 미디어렙 체제로 묶어야”
무엇보다도 종합편성채널이 직접 나서지 못하도록,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 영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종편은 아무런 의무가 없는 사업자로 비칠 수 있지만 법을 보면 의무전송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그만큼 공적 성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종편이 미디어렙 시스템에 들어오지 않으면 광고시장이 약탈되고 무정부 상태에서 붕괴될 수밖에 없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종편이 가장 큰 악의 본체”라며 “종편에 대한 미디어렙 문제를 해결하면 MBC와 SBS에 대한 규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일차적으로 올해 안에 MBC를 공영 미디어렙 안에 넣고, 종편을 미디어렙 체제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의무할당’을 통해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연계판매라는 표현 말고, 의무할당이라고 표현한다. 종교방송이 사회에 기여한 역할을 적극 평가해 지원해야 한다”며 “준소세 개념의 의무할당을 통해 최소 매출의 15%를 취약매체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장 조환길 대주교는 이날 행사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광고 수입을 배분 받아온 지역·종교방송을 비롯해 작은 언론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히고 “광고를 포함한 모든 언론은 정의와 진리, 자유와 사랑이라는 네 개의 기둥이 있어야 정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