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마음 안에 오시는 그분을 스스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내 삶의 변화도 이루어진다.
어렸을 때 받은 큰 상처로 인해 힘들게 우여곡절을 겪어온 내담자와 1년여의 긴 시간을 함께했다. 드디어 내담자의 무디고 단단해졌던 마음이 부드럽게 되어 상담이 끝나게 되었다.
3주를 걸쳐 종결하면서 마지막 날, 나는 “당신 스스로도 변화됐다고 했는데, 당신을 가장 변화하게 했던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다. 그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제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선생님께서 신뢰해 주셨잖아요, 믿어주셨잖아요”하고 대답했다.
아직 상담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나로서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진행한 상담이 이번이 처음이었고, 마무리까지 잘 종결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상담에서 신뢰란 상담자가 내담자를 대할 때 가장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신뢰?믿음’이란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우리는 간혹 질문을 한다. 내 주위에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있는 그대로 신뢰해주고 인정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는 오히려 “저를 믿어주셨잖아요”보다, 누군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내담자의 그 마음 때문에 상담을 잘 끝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신뢰해 주었다는 것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스스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교회 전례력으로 일 년의 마지막 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며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의 왕’이라고 고백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왕이신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기다리는 대림시기를 지내게 된다.
각자의 마음 안에 오시는 예수님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모실 때 비로소 그분은 나의 삶의 주인이요, 왕이 될 수 있으며, 그리스도화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러한 마음을 갖게 되기를 끊임없이 기도하며 그분께 도움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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