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성경을 필사한 공책을 펼치면 글자만 한 가득이다.
하지만 유영석(베네딕토·58·평택대리구 비전동본당)씨의 공책에는 그림과 글자가 신기하게 어우러진다. 그림의 출처는 미사를 봉헌하며 늘 만나는 ‘주보’다.
“어느 날, 주보를 미사때에만 보고 버린다는 것이 너무나 죄송스럽더라고요. 좋은 이야기와 그림도 많은데 말이지요. 그래서 모으기 시작한 것이 성경필사와 함께 이렇게 좋은 효과를 낼지 몰랐어요.”
올해 성경잔치에서 축복장을 받은 유씨의 성경필사작품은 주보와 함께 만든 ‘말씀 NIE’다.
성경글귀를 쓰고 그 장면에 맞는 주보의 그림을 오려 붙였다. 주보의 그림이 삽화기능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유씨의 성경필사는 보는 이의 빠른 이해를 돕는다.
“2007년부터 주보를 2부씩 모았어요. 한 부는 오려서 성경을 필사하는데 쓰고, 한 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곡차곡 모았지요. 아내는 남는 주보를 가지고와 집집마다 선교용으로 배포하기도 했어요.”
그는 주보에 나온 글귀 한 줄, 한 줄이 소중하다고 했다.
3년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성경과 주보를 묵상하며 공책 빈자리마다 좋은 말씀을 메모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일본어 성경필사에 도전 중이다. 색깔별로 준비된 펜을 들고 주님의 말씀은 초록색으로, 일반적인 이야기는 푸른색으로 다양하게 쓴다. 제자의 대사마다 색깔이 다르다.
“성경은 인쇄를 해야 해서 검은색 활자를 쓰지만 이 성경은 제가 쓰는 것이니 색깔별로 화려해도 좋잖아요. 성경을 필사하면서 마음의 평화도 찾아왔어요. 성경을 옮겨 적는 그 순간만큼은 ‘평화’예요. ‘주님의 자녀로서 정성껏 시간을 보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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