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는 미국 군종대교구 소속 5명의 사제가 파견돼 주한미군과 가족들의 사목을 담당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는 한국인 사제가 미 군종사목을 펼치고 있다. 마산교구 원로사목자이면서 25년간 진해 미 해군보급부대에서 성사를 집전해온 정영규 신부를 만났다.
“미국 군종대교구는 전 세계적으로 파병된 군인들을 위해 교구장 대주교님을 비롯해 4명의 보좌주교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부대가 많다보니 사제의 수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1940년대 진해에 들어온 미 해군부대는 주한 미군의 수많은 인원이 오고가는 보급창 역할을 하고 있다. 1986년 마산교구 경화동본당 주임으로 재임하던 시절 정 신부는 뜻밖에도 미군부대 관계자의 요청을 받게 된다.
“당시 미군부대의 담당사제가 공석이 되면서 미사 집전을 부탁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정도 대신해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주일 오후에 미사를 봉헌했어요.”
이후 태평양함대 담당 오코너 신부가 방문하며 정 신부에게 정식으로 본당의 협력사제(Auxiliary Chaplain)로 일해 줄 것을 요청했고, 당시 교구장이었던 장병화 주교의 추천서와 서품증명, 경력사항 등이 제출되면서 본격적인 사목활동에 나섰다.
정영규 신부는 “고정 신자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배가 들어올 때마다 유동이 많고 신자들의 신앙적 열정과 순수함이 인상적”이라며 “한 가지 재밌는 점은 개신교와 한 건물에 시간을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인과 군인 가족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도 참례하는 미사는 일반 본당과 비교해서도 활기가 넘쳤다.
또 정 신부는 한국 아이의 입양을 주선하는 등 미국과 한국 관계의 우호 증진에도 힘써왔다.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경험하며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 미군부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자 공동체를 만나 어려움을 나누고 삶에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정 신부는 지난 10월 23일 미군 사목 25주년을 맞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축하의 자리를 마련했다. 또 부대의 단장과 신자 공동체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미국 군종대교구 아시아 책임자 리처드 스펜서 주교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군인들을 위한 사목에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이들이 신앙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힘쓰고 싶습니다.”
지금도 주일이 되면 정영규 신부는 사제를 기다리는 미군부대로 가기위해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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