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를 몇 백년이나 앞서 살았던 ‘르네상스인’,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인 등. 이 모든 수식어는 한 사람을 지칭한다. 바로 ‘빙엔의 힐데가르트’ 수녀(1098~1179)다. 지난 10월 국내 최초로 힐데가르트 수녀의 신학서가 번역된 데 이어 이번에는 영화 ‘위대한 계시’가 개봉됐다.
‘위대한 계시’는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일대기를 최초로 다룬 영화다. 힐데가르트 수녀는 성인으로 시성되지 않았지만 독일어권 안에서는 널리 공경 받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제약회사가 있을 뿐 아니라 독일 옛 주화에는 그의 모습이 새겨져 있을 정도다.
독일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 46위에 올라 있는 힐데가르트 수녀는 천재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며 음악가, 과학자, 식물학자, 의사, 시인, 예언자로서 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런 수녀의 활동은 여성의 활동이 제한된 중세시대에 세상의 편견을 극복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이번 영화가 가능했던 것은 메가폰을 잡은 거장 마가레타 폰 트로타 감독 덕분이다. 힐데가르트 수녀의 강인한 의지와 신념에 반해 1986년부터 제작을 준비한 마가레타 감독은 25년 만에 자신의 숙원사업을 완성한 것이다.
감독은 “어느 날 역사 속에서 잊혀진 여성들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힐데가르트 수녀를 우연히 찾았다”며 “1986년부터 힐데가르트 수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고, 힐데가르트의 삶을 다룬 좋은 영화가 없다는 사실에 영화 제작을 결심했지만 적당한 프로듀서를 찾을 수 없어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산고 끝에 제작된 ‘위대한 계시’는 힐데가르트의 일대기를 통해 종교적 가르침을 뛰어 넘은 삶의 혜안과 비전, 감동을 전한다. 특히 종교영화와 전기영화, 음악영화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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