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냉 코토누, 바티칸 외신종합】아프리카 베냉을 사흘 일정으로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영적 윤리적 붕괴 앞에서 아프리카의 오랜 가치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8일 베냉 코토누 국제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현대로 이행하는 과정은 인간 존엄과 가정의 중요성, 생명 존중에 단단히 뿌리 내린 가치들을 바탕으로 삼는 확실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마스 야이 보니 대통령과 교회와 정부 관리들, 군중의 활기찬 환영을 받은 교황은 베냉 그리스도교 전래 150주년을 기념하고 아프리카의 미래에 관한 문서를 발표하기 위해 베냉을 방문했다고 밝히고, 아프리카인들에게 그들의 과거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현대의 긍정적 측면들을 받아들일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시장과 금융 논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굴복, 민족주의와 무익하고 과장된 부족주의 등 아프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의 선을 위한 현명함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종교 간 긴장의 정치화와 인간적 문화적 윤리적 종교적 가치들의 붕괴를 경고했다.
또 교황은 변화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를 위해 교회는 기도와 자비의 활동을 통해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교회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하느님을 찾는 이들 가까이 현존하면서 하느님께서 인간의 벗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베냉을 찾은 또 다른 이유는 교황청에서 오랜 세월 함께 일한 고(故) 베르나르댕 간탱 추기경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고도 밝힌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19일에는 우이다의 생 갈 신학교를 방문해 간탱 추기경의 묘소를 찾았다.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로마 교황청 부서 수장을 지냈고 추기경단장을 역임하기도 한 간탱 추기경은 베냉에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이날 낮 교황은 1909년에 지어진 아프리카 서부의 첫 대성당이며 이 지역 복음화의 출발점이 된 우이다 원죄 없으신 잉태 대성당을 찾아,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일정 가운데 하나인 주교대의원회의 아프리카 특별총회 후속 교황 권고 「아프리카의 헌신」(Africae munus)에 서명하고 아프리카 가톨릭인들에게 ‘화해와 정의와 평화의 사도’가 되도록 촉구했다.
교황은 문서에서 “전통 가치와 생활 방식을 공격하는 문화적 충격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는 이 ‘신앙과 희망의 위기’ 앞에서도 인간적 종교적 자원 덕분에 영적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교회는 모든 단계에서 인간 생명과 존엄을 존중하고 경제적 불균형과 환경 파괴에 맞서며 에이즈(AIDS)를 비롯한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의료를 제공하고 젊은이들을 교육하며 부족 간 긴장이 있는 곳에서 화해를 중재함으로써 이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증언과 말씀과 봉사를 포함하는 이러한 행동들이 교회 복음화 활동의 핵심이며,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서에서는 특별히 아프리카에서 서로 주고받은 모든 악행과 상처들에 대해 하느님의 용서를 청하고 교회와 사회에서 상처 입은 이들의 화해를 바라는 ‘화해의 해’를 대륙 차원에서 지내고, 각 나라 차원에서는 대림이나 사순 시기 중에 ‘화해의 날이나 주간’을 매년 거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만연한 여성 차별에 대한 주교대의원회의의 관심을 반영해 교황은 “여인들을 존중하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아 교회는 여성을 인정하고 해방시키는 데 이바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하고, 남편들에게 아내에게 충실하고 자녀 양육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며 일부다처제와 관련하여 ‘복음을 거스르고 특히 여성을 억압하는’ 전통 관행들을 거부하도록 촉구했다.
그 밖에도 문서는 2009년 주교대의원회의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다뤘다.
우선 에이즈와 관련해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교회의 지속적인 도움을 약속하는 한편, 에이즈는 의료적 문제인 동시에, 금욕과 문란한 성생활 자제, 혼인에 대한 충실성 등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윤리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낙태는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무고한 태아의 파괴’라고 지적하고, 여성의 출산 보건에 관한 국제 문서들의 혼란스러운 말들을 경계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혼인과 가정의 제도를 보호하고 노인을 존중하는 전통을 지켜나갈 것을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강제 노동, 인신매매, 온갖 차별에 노출된 수많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대우’를 비난하고, “어머니인 교회는 이들 단 한 명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한 아프리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안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행정적 정의를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 기업과 정부 단체들이 오염과 사막화를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종들을 멸종 위기에 빠뜨리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면서 자원을 착취함으로써 자신들의 부를 추구해 왔다고 지적하고, “전체 민족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소수가 지상의 재화를 강탈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무슬림들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종교 자유가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노력할 것과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술 문화와 아프리카 전통 문화의 요소들을 받아들인 아프리카 독립 교회들의 성장에 적절히 대응할 것 등을 아프리카 주교들에게 주문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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