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 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사람들이 결혼해서 부부로서 어느 정도 함께 살다보면 권태기(倦怠期)를 느낀다고 한다. 결혼을 한 부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약화되고 생활에 대한 정열도 사라지면서 삶의 긴장감도 풀려 따분한 권태로움으로 생겨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결혼할 때 긍정적이고 모든 것이 좋게 보이던, 눈에 씌어졌던 콩깍지가 벗겨져서 이젠 더 이상 이성으로서의 매력도, 관심도 사라지고 오로지 상대방에 대한 단점과 부정적인면만 눈에 들어와 부부생활에 염증(厭症)을 느끼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다.
부부로서 함께 생활하다보니 일상적인 삶 속에서 볼것, 못볼것 다 보게 되고 아무것도 감출 것이 없이 드러나게 되면서 점점 서로에 대한 성적매력과 로맨스도, 긴장감도 사라져 간다.
결혼 초에 많은 부부들은 서로에게 조심하고 긴장하며 자신보다는 배우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크지만 결혼생활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져 긴장감과 조심성은 사라지고 마치 이성간의 부부가 동성간의 친구처럼 편안함을 지나 성적매력과 대화의 진정성이 사라지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도 사라져 간다.
그런데 이런 권태기는 부부들마다 기간과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어떤 부부는 권태기라는 말조차 모르고 살아가는가 하면 어떤 부부는 결혼직후부터 무미건조한 생활에 실망하고 결혼자체에 싫증을 느끼기도 한다. 오래 사귄 부부일수록 권태기를 일찍 경험할 수 있고 달콤한 신혼의 생활도 부부들마다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부부간의 친밀감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가 권태기의 큰 관건이 될 수 있다.
결국 부부가 얼마나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사는가? 이것이 부부생활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부들을 살펴보면 결혼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정지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난다. 좋아하는 음식, 즐겨듣는 음악, 개성있는 취미 등 모든 것을 알 만큼 알고 있다는 자신감에 세월이 지나도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과거에 멈추어 있는 부부들이 많다. 20대 말, 30대 초에 결혼해서 살다보면 여러 방면에서 변화되고 새로운 관심과 취미가 생겨나는데도 서로의 변화에 관심을 느끼지 못하고 오늘을 살면서도 추억속에 헤매는 안타까운 부부들이 많다. 무관심, 무감각, 무기력이라는 3무(無) 현상이 부부들을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 갈수록 몸 관리는 허술해지고 서로의 게으른 정신상태 속에서 이어지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건조한 부부생활 속에 의욕이 상실되는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부부가 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싱그러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정도 자신을 감추어야 하고 너무나 지루한 일상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긴장감이 배이는 생활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장실 문을 닫아야 하며 속옷을 함부로 내보여 로맨스를 깨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되며 항상 단정한 모습과 교양있는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또한 같은 취미생활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여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고 서로의 존재감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어느 학자가 ‘부부는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듯이, 부부들이 권태기를 이겨내려면 자신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면서 서로의 선택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했는지를 깨닫고 서로가 지켜야 할 예의와 사랑을 가볍게 여기지 말며 항상 결혼초와 같은 관심과 애정으로 서로를 탐닉하고 연구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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