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영성체를 한 이후인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복사를 서면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미사 중에 소변이 마려운데도 참느라고 몸을 비비꼬기도 했고, 겨울에 새벽미사 복사를 가기 싫어서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있으면 ‘얼른 안 일어나!’라는 어머니의 잠 깨우는 소리에 마지못해 일어나 성당에 갔던 기억들이 있다. 그러한 복사의 체험이 있기에 새벽미사에 나오는 어린 복사들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그리고 미사 중에 얼굴빛이 달라지고 다리를 꼬는 복사는 빨리 제의방의 화장실을 가라고 한다.
현재는 제대에서 주례사제를 돕는 시종직을 수행하는 이들을 통칭해서 복사(福士)라고 하는데, 한국천주교회의 창립 때부터 사용된 종합기도서인 「수진일과(袖珍日課)」에 보면 시복사(侍福士)라고 하였다.
시복사(侍福士)는 ‘하느님을 찬양하는 교회의 전례행위에서 주례사제를 돕고 사제들의 생활도우미로서 성직자들을 모시는 복된 사람’이라는 뜻이다.
1887년에 발간된 「한국 교회 지도서」는 복사의 할 일과 자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초기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외국인 선교사 신부님들의 시중을 들며 어디든지 가야 했다. 걸어서 여행해야 했기에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도 안 되었다. 그 당시에 복사는 외국 선교사들의 통역사 역할까지 담당했으므로 똑똑한 사람이어야 했고, 선교사 신부님을 대신하여 교리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강론 등 중요한 일도 했다. 대표적 인물은 황석두 루카 성인이다.
현재 사제관에서 성직자들의 생활도우미로 활동하는 분들을 식복사(食福士)로 부른다. 식복사(食福士)가 시복사(侍福士)에서 유래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용어 자체의 해석에 있어서는 그 의미가 불분명하다. 다만 현재 천주교회 안에서 성직자의 식사를 담당하는 복사로 알아들을 수 있다. 필자는 식복사보다는 한국천주교회의 전통과 의미가 살아있는 시복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시복사와 식복사 말고, 보미사(補Missa)라는 호칭도 있는데, 이 용어는 미사 때 주례사제를 도와 시종직을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복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초대교회 때부터 복사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를 정확히 알려주는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3세기 말경 박해 때문에 감옥에 갇힌 신자들에게 열두 살의 소년 타르치시오(263?-275)가 성체를 모셔다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복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교회는 타르치시오 성인을 복사의 주보성인으로 공경하고 있다. 9세기경부터 미사에서 시종의 역할을 하는 복사가 담당했다. 복사의 기원은 성직자가 되는 품(品)이나 전례의 공적 봉사자가 되는 직(職)과 같은 교회의 공적 직무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선택적으로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직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는 주로 남성이 복사를 했다. 그러다 1969년에 발표된 「미사경본총지침」 제70항은 “부제 이하의 계층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직무는 시종직이나 독서직을 받지 않은 평신도들에게 맡길 수 있다. 사제석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직무는 본당 신부의 재량대로 여성에게도 맡길 수 있다”고 정하여 성인 여성들과 소녀들에게도 미사 중에 복사의 역할을 맡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1994년 3월 25일, 교황청은 교구장이 허락하면 미사 복사를 소녀들에게도 허용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때부터 각 본당에서 소녀 복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례에 봉사하는 복사, 독서자, 해설자와 성가대원은 “그들에게 하느님의 백성이 당연히 요구하는 이토록 위대한 봉사 직무에 맞갖은 그러한 깊은 신심과 바른 질서로 자기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구장과 교구의 전례담당, 그리고 본당 신부는 “그들이 전례 정신을 자기 나름으로 열심히 익히고 자기 역할을 바르게 제대로 수행하도록 교육하여야”(전례헌장 29항) 할 책임이 있다. 즉 초기 한국천주교회에서 사용한 시복사(侍福士)라는 호칭에서 보듯이 ‘전례봉사’라는 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선택된 사람임을 깨닫고 그 직무 수행에 알맞은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으며 맡은 봉사직을 기쁘게 수행할 때 참으로 복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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