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신한 김온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다.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초가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던 바닥은 ‘빵빵’한 연탄보일러 덕분에 집 밖의 추위도 무섭지 않다. 게다가 갈라진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유명무실했던 벽도 전부 고치고 이중창까지 설치했다. 덕분에 외풍이 없어졌다. 지독한 한파가 예상되는 올겨울도 든든하게 견딜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방 안에 새로 생겼다. 움직임이 불편한 할머니에게는 이것처럼 기쁜 소식도 없었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몰라요. 여름에 샤워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임시방편으로나마 수건을 물에 적셔 닦아냈죠. 근데 이렇게 화장실이 방 안에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할머니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팔십 평생 이렇게 감사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황소고집이던 남편도 죽고, 자식들도 떠나면서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살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랑의 집 고쳐주기로 다시 용기를 찾았다. 공사가 끝나고 바로 김 할머니는 소일거리를 시작했다. 침대 맡에 재봉틀을 가져다 놓았다. 할머니가 사 남매를 대학 보내고, 유학까지 보낼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었다. 할머니의 솜씨를 아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일을 가져다준다. 백내장 수술과 노안으로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그래도 적지만 용돈이라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신이 난다.
이번 기회에 좋은 친구도 생겼다. 공사 때문에 갈 곳이 없었던 할머니에게 의정부 고양동본당의 한 교우가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교우의 제안으로 할머니는 20일 동안 편하게 그 집에서 머물 수 있었다. 30년 간 레지오 단장을 했다는 교우를 위해 할머니는 매일 기도한다고 했다. 사랑으로 가득 찬 할머니만의 감사 선물이다.
할머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조끼를 뜨고 있다고 했다. 고양동본당 주임 김종성 신부에게 줄 조끼다. “더디지만 정성을 다해서 한 올 한 올 뜰 생각이에요. 이렇게 좋은 집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해요. 너무 감사한데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매일이 행복하고 그냥 감사할 뿐이에요”
▲ 김온 할머니 집은 새롭게 설치한 연탄보일러 덕분에 따뜻해졌고, 벽도 고치고 이중창까지 설치해 외풍은 없어졌다.
▲ 3년 전 깨진 고관절로 인해 외부에 있던 화장실 다니기에 무척이나 힘들었던 할머니는 이제 새롭게 만들어진 내부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샤워도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