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에 숨겨진 복됨
암브로시우스는, 부활에 이르는 많은 축복은 실로 고통이라는 외적 너울 아래 가려 있다고 설명한다. 성경에 나타난 수많은 복된 이들은 모두 고난과 역경 중에도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심과 믿음으로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했던 이들이다. 그 결과 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복된 이라고 인정받았다. 복된 양심이 거두어들인 수확물에는 괴로움과 슬픔이 어느 정도 섞여 있을 수 있다. 마치 향긋한 알곡들 사이에 야생 귀리나 씁쓸한 가라지가 숨어 있는 것처럼.
연약하고 나약한 이 육신 안에 사는 동안 복된 삶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이 몸으로 사는 동안엔 고통과 슬픔과 눈물과 병고를 겪게 되어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렇게 말합니다. 고난 속에 있는 것은 복됨이 아닙니다. 그러나 고난을 이기고 현세의 고통이라는 힘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복됨입니다. 슬픔을 자아내어 끔찍하다고 여겨지는 일, 눈이 멀거나 귀양에 처해지거나 굶주리거나, 딸이 겁탈을 당하거나 자녀를 잃는 것 같은 일이 닥쳤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사악이 복됨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노년에 앞을 보지 못했지만 아들을 축복해 주었습니다(창세 27,28 참조). 아버지의 집을 떠나 품삯 받는 목동으로 귀양살이 하고(창세 31,41 참조), 딸이 겁탈당하는 슬픔을 겪었으며(창세 34,5 참조) 배고픔을 겪었지만(창세 42,2 참조) 야곱은 복된 사람 아니었습니까? 하느님께서 그들의 성실한 믿음의 증거를 인정하시어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탈출 3,6)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그들은 복된 사람들 아닙니까? 종살이는 비참한 일이지만, 요셉은 비참하지 않았습니다. 실로 그는 주인 여자의 유혹을 거부했을 때 축복받았습니다.(창세 39,7-8 참조)
거룩한 다윗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세 아들이 죽는 슬픔을 겪고(참조: 2사무 12,15-18 13,30 18,33) 그보다 더한, 딸과 아들의 근친상간 관계까지 있었습니다(2사무 13,1-14 참조). 그렇지만 많은 사람을 복되게 하신 복됨의 창시자께서 그에게서 나셨는데 어찌 그가 복된 사람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앞에 말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나약함을 절감했지만 용감하게 그것을 이겨냈습니다. 여러분은 거룩한 욥보다 더 비참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습니까? 그의 집은 불타고 열 아들이 순식간에 죽고 그 자신은 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해 준 그 일들을 견뎌내지 않았더라면 그가 더 복된 사람이었을까요?
이런 고통은 사람을 몹시 슬프게 하고 정신력으로 그 괴로움을 극복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해변의 물이 얕다고 해서 바다가 깊음을 부정해서는 안 되며, 하늘이 때때로 구름에 가린다고 해서 하늘이 맑음을 부정할 수 없고, 군데군데 불모의 땅이 있다고 해서 대지의 비옥함을 부정할 수 없으며, 야생 귀리가 조금 섞여 있다고 해서 수확이 알차고 풍성함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복된 양심이 거두어들인 수확물에는 괴로움과 슬픔이 어느 정도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십시오. 복된 삶 전체를 거두어 놓은 곡식단에 우연히 불행과 슬픔이 몇 가닥 섞여 든 것이나 향긋한 알곡들 사이에 야생 귀리나 씁쓸한 가라지가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것이나 같지 않습니까?(암브로시우스 『성직자의 의무』 2,5,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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