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중가수는 사랑을 연필로 쓰라고 노래했다. 지난 제18회 성경잔치에서 교구장 축복장을 받은 허순자(수산나·안산대리구 원곡동본당)씨도 마찬가지로 말씀에 대한 사랑을 연필로 써내려갔다.
펜보다 힘주어 꼭꼭 눌러써야 하는 연필은 배의 노력이 들지만, 허씨에게는 말씀을 읽으면서 곱씹어 보고 쓰면서 이해하는 그 과정이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쓰는 내내 팔이 아프다는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많은 분들이 성경필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지요. 이후에는 스스로 성경을 쓴다는 것이 당연하게만 느껴졌어요. 남편의 핀잔에도 굽히지 않았고, 오래 쓰다보면 팔이 아프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못 느낄 정도였지요. 그저 내가 하느님께 드린 약속이니 당연히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성경 필사노트가 한 장씩 채워지면 연필도 닳고 닳아 몽당연필이 돼갔다. 허씨는 몽당연필을 손끝에 세우고 더 이상 쥘 수 없을 때까지 글자들을 썼다.
▲ 신구약을 완필하는 동안 허순자씨가 사용한 140개의 몽당연필.
“필통을 보니 모아 놓은 몽당연필이 하나 가득이더군요. 그것을 보며 ‘아 나도 해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이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겼지요.”
허씨가 연필을 선택한 것은 ‘성실함’ 때문이었다. 세례를 받으며 맨 처음 필사했을 때는 펜으로 쓴 나머지 잉크가 번져 불편한 점도 많았다. 이때문에 필사 노트의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 보고 그 권유대로 연필을 선택하게 됐다. 이후 안내문을 따라 찬찬히 필사를 이어갔다.
“힘들지는 않았어요. 마지막에는 조금 남았다고 생각하니 밤을 꼬박 새워도 끄떡없을 정도로 행복했지요. 그래서 욕심을 냈어요. 2시간 자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기도 했지요.”
이제 허씨는 성경필사가 준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나중에는 성경 말씀이 적힌 병풍도 만들어보고 싶다.
“요즘 친구, 성당 교우 할 것 없이 ‘어떻게 성경 필사를 완성할 수 있었는지’ 묻는 이들이 많아요. 전 그런 이들에게 다음 성경잔치까지 함께 성경필사에 동참하자고 권유하지요. 저 또한 다시 성경필사에 참여하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되면 말씀을 적은 병풍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말씀이 담긴 병풍을 만든다면 내가 죽은 이후에도 자손들이 저를 기억할 때마다 말씀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