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복음화국(국장 문희종 신부)은 11월 29일과 12월 1일 각각 분당성요한성당과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레위 25,10)를 주제로 제38차 교구성경특강을 마련했다. 이번 강의를 맡은 정영한 신부(부산 화명본당 주임·전 부산가톨릭대학교 총장)는 ‘진정한 자유’를 4번의 강의로 나눠 설명하며 “하느님에게서 떨어져나간다는 것은 참된 자유의 상실, 구원의 상실을 의미한다”면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살 때, 곧 그분의 말씀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순종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38차 교구 성경특강을 지상중계한다.
■ 자유 - 생명을 위한 선물
창세기에는 생명을 위한 조건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사람은 생명과 죽음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흙과 보잘 것 없음을 상징하는 먼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사람의 생명이 온전히 하느님께 달려 있음을 말합니다. 또한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인 여자와 남자를 통해 생명을 위한 마지막 조건을 만드십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인간의 선택, 자유의 세상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열매를 따먹는 것은 생명이신 하느님과의 단절을 자초해 죽음을 가져옵니다. 인간은 오로지 자신의 자유를 올바로 사용할 때에만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고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잘못은 참된 자유를 거부하고 파괴한 데 있습니다. 인간의 죄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자유를 올바로 사용해 책임 있는 선택을 하지 않고 욕망의 소리를 선택한데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4장 카인의 선택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납니다. 카인은 욕망의 소리를 듣고 형제를 “죽임”을 선택함으로써 죄악의 노예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카인에게 거듭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를 주시지만 카인은 이를 거부합니다.
■ 참된 자유로의 부르심
창세기 12장을 보면 3장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응답과는 다른 순종의 응답을 보여줍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해 “길을 떠남”(12,4)으로써 인류의 구원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아브라함은 인간적인 판단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많은 후손과 큰 땅’을 약속하신 하느님의 약속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 믿음은 “영원한 계약”(17,7)이기 때문에 결코 깨지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 아브라함이 보여준 믿음과 순종의 응답은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자유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탈출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자유를 잃은 고통 속의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부르짖자 하느님께서 그들의 선조들과 맺으신 계약을 기억하십니다. 이것은 곧 하느님께서 계약의 의무를 반드시 실행한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킨 파스카를 통해 이스라엘은 종살이에서 자유로운 백성이 되고 죽음에서 구원을 받아 생명을 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모세를 부르신 목적은 당신의 백성을, 모든 인간을 해방시키고 참된 자유를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참된 자유란 하느님 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하느님을 선택하는 자유
주 하느님께서는 이집트 종살이에서 이끌어내신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고자 하십니다. 이에 백성은 주 하느님의 제안에 동의합니다. 곧 자기들을 종살이에서 해방시켜주신 주님을 자신들의 하느님으로 선택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일과 죄를 짓지 않는 것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십계명이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십계명은 단순히 의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 안에 머물게 하시기 위하여 주시는 은총의 제안이자 참된 자유를 누리게 하시려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또한 십계명은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유효하지만 그 표현은 당시 사회와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누리는 참된 자유
레위기 25장은 희년에 대한 규정을 들려줍니다. 희년에는 빚 때문에 종이 됐던 이스라엘인들에게 자유가 선언됐으며 지난 50년 사이에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땅을 팔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 소유지가 되돌려져야 했습니다.
희년은 시간과 자연에 대한 하느님의 절대적 주권을 선포하는 것이고, 희년의 규정을 따르는 것은 하느님의 주권에 복종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희년에 하느님께서 항상 당신이 창조하신 사람을 보살펴주시고 구원해주시며 용서를 베푸신다는 사실을 체험하며 인간과 자연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의도대로 보존되고 유지돼야 함을 배웁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분의 섭리를 체험하며 그분이 베푸시는 용서와 구원을 얻게 하는 것이 희년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희년의 정신이 실천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느님께 대한 충성, 그분의 말씀에 믿음과 순종으로 응답하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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