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다. 손끝에서도, 발동작 하나에서도 섬세함이 풍겨 나온다. 직선적 움직임이 많은 인도 전통무용 중에서 오디시(Odissi)만이 갖는 특징이다. 오디시는 약 2000년 전 인도 동북부 오리사 주의 고대 힌두사원에서 발원한 신비로운 춤이다.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의 오디시 무용수 금빛나(비아·34)씨는 벌써 7년째 이름도 생소한 이 춤에 빠져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인도 현지에서 데뷔무대도 갖고 전문 오디시 무용수로서 인정받았다. 대여섯 명밖에 되지 않는 외국인 오디시 무용수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국에서의 활동도 열심이다. 2007년부터 매년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11일까지 서울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서 ‘연꽃 허공’을 주제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전통 오디시와 처음으로 창작한 퓨전 오디시를 무대에 내놓기도 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차세대 예술인력집중육성 사업에 선정돼 이번 공연의 의미가 더욱 크다.
춤에는 왕도가 없다는 금씨는 지금도 인도 오리사 주의 주도인 부버네슈어러(Bhubane swar)에서 머물며 거장인 뻐드머스리 구루 겅가더러 쁘러던과 그의 제자 네 명으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춤의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 금씨는 현지에 살며 계속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살고 있는 한국에서는 3개월가량 머물며 공연을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부버네슈어러에서 생활한다. 오로지 오디시 때문이다.
“오디시에는 제가 좋아하는 미적 감각이 다 들어있어요. 딱딱한 조각상 동작 사이에 움직임은 부드럽거든요. 뿐만 아니라 몸과 정신을 통합할 수 있는 춤이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서강대 종교학과 철학,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스리랑카 콜롬보의 불교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우연히 한 영화를 보고 오디시를 접하게 됐다. 단번에 오디시의 매력에 사로잡힌 금씨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인도로 향했다. 그때부터 지금껏 오디시는 그에게 삶의 방향을 알려줬다.
“오래 전부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어요. 그러다 오디시를 만났고, 몸의 테크닉과 종교관, 철학관이 다 통합된 이 춤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춤을 통해 답을 찾았다는 금씨는 에너지가 넘쳤다. 공연이 끝나고 12월 말쯤 인도에서의 생활과 춤 이야기 등을 담은 에세이도 출간할 예정이다. 오디시 전문서적과 현지어인 오리아어 교본도 만들 계획이다. 금씨의 가장 큰 바람은 인도에 제대로 된 무대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한국에서 총 6개월 간 생활하면서 공연과 오디시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국내에 오디시를 많이 알리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궁극적 바람이자 목표는 모든 걸 통해서 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문의 www.artbeen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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