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위원장 이영배 신부)는 3일 오전 9시30분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제4회 한국천주교회 창설주역 시복시성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 천주교회 창립선조 후손들의 천주신앙’을 주제로 마련된 심포지엄에는 창립선조 시복시성에 관심 있는 630여 명이 참석했으며 ▲시복시성에 요구되는 성덕과 덕행의 영웅성- 최인각 신부 ▲광암 이벽 가족과 후손의 천주신앙- 김옥희 수녀 ▲이승훈 후손의 천주신앙- 김정숙 교수 ▲권철신, 권일신 후손의 천주신앙- 여진천 신부 ▲정약종 가족의 천주교 신앙실천- 조광 교수 ▲창립선조 후손들의 신앙에 관한 신학적 재조명- 심상태 몬시뇰 등으로 진행됐다.
▧ 이벽과 이승훈, 권철신과 권일신
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는 이날 심포지엄에서 이벽과 이승훈, 권철신, 권일신 등 4위의 한국 천주교회 창립선조들을 그 후손의 신앙을 통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초점을 맞췄다. 우선 그들이 시복시성되기 위해 요구되는 성덕과 덕행의 영웅성을 파악하고 후손들의 신앙의 증거들을 모아 창립선조들이 내려준 신앙의 뿌리를 찾으려고 했다.
이영배 신부는 심포지엄 개회를 선언하고 “오늘 우리는 창립선조 후손들의 신앙을 다시 한 번 살펴봄으로써 그분들이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지 알고자 한다”며 “심포지엄은 창립선조들이 자손들에게도 신앙적으로 잘 가르치셨음을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우선 교회가 시복시성을 하는 이유가 하늘나라에 성인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살아있는 우리를 위한 것임에 주목했다. 따라서 창립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성덕과 덕행, 영웅성을 밝혀내고 심포지엄을 통해 그것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각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는 “창립선조 후손들의 천주신앙을 규명하는 것은 한편으로 창립선조의 신앙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후손들의 신앙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탁월한 업적과 덕행을 통해 이뤄진 결과”라고 말했다.
‘광암 이벽 가족과 후손의 천주신앙’을 발표한 김옥희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이벽 후손의 순교자 이양등(베드로)과 이정식(요한) 등을 언급하며, 한국천주교회사를 쓴 달레 신부가 바라본 당시 시각을 지적하고 그가 초기 한국천주교회 창설주역들을 거의 배교자라는 ‘괘씸죄’에 나열해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후손들의 천주신앙’을 발표한 김정숙 교수(영남대학교 국사학과)는 “이승훈 가계는 혼인을 통해서나 교회활동으로 보나 외적으로 천주교 신앙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집안”이라며 “그의 후손 모두가 교회가 어려울 때마다 중요한 일을 해왔다”고 밝혔다.
권철신·권일신 후손들의 천주신앙에 대해서도 여진천 신부(원주교구 배론성지 주임)는 ‘경기감사 이익운과 대사간 목만중의 상소’에서 ‘권철신·권일신 집안 모두가 천주교 신앙을 갖고 있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선 권철신의 둘째 사위인 이용섭이 신유박해에 유배를 갔고, 이용섭의 손자는 기해박해의 순교자이며 성인인 이문우(요한)이다. 권철신의 아들이며 ‘하느님의 종’인 권상문은 신유박해때 양근에서 순교했고 그의 부인 오숙혜가 시아버지에게 교리를 배운 죄로 유배를 갔으며, 신유박해 이후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그의 두 아들은 기해박해때 양근에 갇히기도 했다.
여 신부는 “권일신을 통해 신앙을 갖게 된 권철신 집안의 형제와 그의 후손들은 조선왕조 초기 천주교회의 기둥 역할을 한 것만이 아니라 조선왕조 신유·기해·병인박해 기간 동안 신앙을 지켰던 큰 집안이 밝혀진 것”이라고 전했다.
▨ 정약종과 창립선조 후손들의 신앙
이날 심포지엄에는 ‘하느님의 종’에 오른 정약종과 그 가족의 천주교 신앙실천에 대해서도 발제가 이뤄졌다. 발표를 맡은 조광 교수(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정약종의 가족들이 순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장 정약종이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던 신앙에 대한 확신적 태도와 모범적 삶이 있었음에 틀림없다”며 “가족들의 증거자적 삶을 통해 정약종의 신앙이 가지고 있던 진지성을 역으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약종의 가족인 부인 유씨와 정하상, 정정혜 등 이미 성인이 된 3위와 함께 정약종 본인과 그의 큰 아들 정철상이 시복시성된다면 일가족 5명이 성인으로 시성되는 2000년 세계교회사상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심포지엄의 발제들을 정리해 발표한 심상태 몬시뇰은 ‘창립선조 후손들의 신앙에 관한 신학적 재조명’을 통해 “창립선조 후손들이 박해당국으로부터 낙인찍히면서도 천주신앙에 투철히 모범을 보이고 이웃에게 전파했다”며 “거의가 참수 치명하는 순교로 생을 마감하거나 유배당하며 생을 마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이라는 교부 테르툴리아노의 명구가 우리 한국교회에 그대로 해당된다”며 “순교로 생을 마감한 선조들을 음지에 더 이상 방치하는 어리석음을 탈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후손들을 통해 비춰본 창립선조들의 신앙과 그 영웅성을 재확인하고 위원회가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진행한 심포지엄을 보완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위원회는 2002년 제1차 심포지엄, 2005년 제2차 심포지엄, 2009년 제3차 심포지엄을 열어 그 자료들을 「한국 천주교회 창설주역의 천주신앙」이라는 책으로 엮은 바 있다.
박정일 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수원교구가 창립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3차례의 심포지엄을 통해 창립선조들의 순교의 확실성과 그 평판에 대한 논란을 많이 정리했다”며 “오늘 이 과정을 통해 후손들이 창립선조들로부터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직간접적으로 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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